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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찬구 '끝장'보나? 채권단도 대책 마련 고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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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찬구 '끝장'보나? 채권단도 대책 마련 고심중
산업은행 등 채권단, 투자금 회수. 워크아웃 조기졸업 계획 차질 우려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1.06.09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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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가(家)의 '영원한 맞수'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또 다시 '형제의 난'에 불을 지피면서 금호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주관했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2009년 6월 금호그룹과 재무구조개선협정을 체결한 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주요계열사의 경영정상화에 주력, 경영상황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 했으나 최근 두 형제의 법적분쟁이 불거지면서 금호관련 핵심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물론 금호그룹 내부에서도 두 오너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의 워크아웃 조기졸업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삼구-찬구 형제 2차 '형제의 난' 조짐에 채권단 고심

박삼구-박찬구 형제는 지난 2009년 7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 했다가 '조기 경영정상화' 등을 이유로 각각 지난해 11월 금호그룹(금호산업ㆍ금호아시아나ㆍ금호타이어)과 올해 3월 금호석유화학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사실 이들 형제는 주력 계열사인 금호석화 지분 인수를 놓고 오랫동안 다툼을 벌이다 결국 그룹을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로 쪼갠 일등 장본인이다. 특히,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거대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해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박삼구-찬구 형제는 '실패한 경영인'이란 불명예를 안고 동반퇴진 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채권단의 도움으로 그룹 상황이 나아지자 비슷한 시기에 경영에 다시 복귀하면서 국민적 비난과 노조 반발을 샀다.

이런 가운데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간의 계열분리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두 형제간의 싸움은 법적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검찰은 박찬구 회장이 협력사와 짜고 납품 가격을 부풀려 300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한 의혹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 지난 4월 금호석유화학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박 회장을 3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미공개 정보' 내용인즉 2009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기 전에 이미 대우건설을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는데 박찬구 회장은 이를 알고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 금호아시아나와 박삼구 회장에 화살을 돌렸다. 특히, 박삼구 회장 측이 검찰에 이같은 제보를 한 것으로 보고 지난 7일 박 회장을 비롯한 회사 임원 4명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두 형제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채권단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금호지원단 관계자는 "각자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상황이라 채권단에서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잘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 측사이에서 불거진 대우건설 매각 의혹에 대해 "2009년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거나 퇴사한 상태라서 현 직원들은 잘 모르는 부분"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서 불법 혐의가 드러나면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가 계열분리 놓고 신경전..법적갈등 장기화, 주가하락 우려

채권단의 우려에도 불구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 측은 최악의 경우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금호산업 주식매매는 계열사 분리와 독립경영을 위한 것으로 워크아웃 전에 대우건설을 3자에 매각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던 내용"이라며 "당사자인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에 사실 확인을 위해 공문을 보냈지만 시한인 7일 정오까지 아무 답변이 없어 법적대응 차원에서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지분을 잇달아 매도하는 데 대해 "분리경영 차원에서 더는 경영에 터치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매각 자금을 경영 정상화에 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석화 측의 주장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향후 조사를 받게 된다면 거기에서 소명을 할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금호가의 내분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비자금 의혹 및 금호산업 주식매매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고 박삼구 회장과의 갈등양상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금호석화 주가는 물론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 금호관련 계열사 주가가 대부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호석화 주가는 8일 현재 전일대비 1만원(-4.24%) 떨어진 22만6천원을 보였다. 금호석화는 이날 공시를 통해 금호산업의 보통주 9만5,000주와 우선주 6,480주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이사회를 통해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처분하기로 결의하며 금호아시아나와 '갈라서기'에 착수한 바 있다.

이날 금호타이어는 150(-0.88%원) 내린 1만6천850원을 기록했고 금호산업은 20원(+0.26%) 오른 7천680원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일대비 100원(+1.05%) 오른 9천620원을 기록했지만 금호계열사 전반적으로 최근 한달 동안 하락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한편, 대신증권 안상희 팀장은 "최근 금호석화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연초대비 160%까지 오르면서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요인이 있는 것 같고 최근 박찬구 회장 검찰 소환 등의 요인도 주가하락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CEO 이슈가 주가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결국 그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일시적이거나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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