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저축은행에 대한 허술한 감사로 회계법인이 징계를 받는 사례가 많았지만 대다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고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법적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금융당국은 부실을 눈감아준 회계법인과 회계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저축은행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은 전체 금융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어서 허술한 감사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회계기관의 금융기관 부실감사 문제가 결국 예금주 등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간 문제가 됐던 불법회계 문제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와 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검찰, 저축은행 '부실감사' 회계법인 수사, 금융당국 대책 마련 착수
10일 검찰과 금융계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부산저축은행 회계법인에 대해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검찰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 4개 계열사가 2조4천533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담당 회계법인들은 이를 적발해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5개 계열사 중 4곳은 2009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에 ‘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부산·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은 다인회계법인이, 부산2저축은행은 성도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맡았다. 반면, 대전저축은행을 감사했던 삼일회계법인은 유일하게 거절 의견을 냈다.
광주 보해저축은행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광주사무실)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 혐의로 지난 8일 광주지검 특수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안진회계법인은 보해저축은행과 공모해 실제 BIS 비율보다 높게 계산해 부실 규모를 감춘 혐의를 받고 있다.
안진회계법인 등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부실감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회계법인 관련자들을 형사 처벌할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관련 회계법인과 회계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8월 회계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회계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시민단체 "금융위 민주화, 소비자보호청 신설로 비리 통제해야"
금융당국이 뒤늦게 회계법인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얼마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부가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김앤장 등 대형법무법인에 대한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퇴직공직자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발표했지만 연간 외형매출액 300억원 미만의 회계법인이나 외국계 로펌 취업은 여전히 가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국장은 "고위공직자들의 회전문 인사로 연계되고 있는 국내 회계법인 역시 부패의 사슬 안에 있지만 아직까지 처벌받은 적이 없다"며 "미국 회계법인 아더앤더슨이 회계부정 스캔들로 회사가 분할매각되고 모든 경영진이 처벌을 받았듯이 문제가 있는 국내 회계법인도 그간 부정에 대해 철저히 재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사무국장은 특히, 정부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금융 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내에서 금융회사의 회계감사 기능을 민간 회계법인들에게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회사 내부 감시자, 즉 대주주와 소액주주, 노동자, 소비자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의 힘이 약해 견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회계감사 기능까지 외부(회계법인)에 준다면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 의혹과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및 정리해고를 통한 '먹튀' 사태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 사무국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금융권력이 모여있는 금융위원회의 민주화"라며 "현재 금융위의 의사결정구조를 보면 절반이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와 민간위원인데 사회적 통제가 이뤄지려면 금융관련 이해당사자(시민단체, 소비자 등)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저축은행 대주주의 무분별한 탐욕 제어 등 금융당국의 정책적 목표를 바로 세우고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국가기구, 즉 '금융소비자보호청'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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