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재추진되면서 유력한 잠재적 인수후보로 급부상했지만 믿었던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입찰 참여를 배제한 데 이어 학수고대했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마저 정치권의 반발로 불발되면서 민영화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산은지주는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입찰 참여를 불허할 때만해도 일단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이 개정(타금융지주사 소유시 최소지분요건 50% 이상으로 완화)만 되면 KB금융지주 등의 타지주사가 우리지주를 통째로 인수한 후 우리은행이나 지방은행(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을 분리매각하면 이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물론, KB지주는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지만 올해 3월 KB투자증권과 KB선물을 합병하는 등 증권부문 확대에 주력해 왔다는 점에서 일단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한 후 나중에 우리투자증권은 갖고 나머지는 쪼개 팔 가능성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노력이 끝내 물거품이 되면서 산은지주의 민영화 꿈도 물건너 갔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는 지난 20일 여야 의원들의 반대의견을 수용해 시행령 개정안 추진 방침을 전격 철회했다. 하지만 금융위 내부적으로 개정안 입법예고를 위해 개별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여왔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영택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안하겠다고 밝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한 것"이라며 "정치권 입장은 변함이 없고 정부도 시행령 개정안을 폐기키로 한 마당에 금융위가 또 다시 입법예고를 위해 노력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산은지주는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은행이나 농협 등이 인수대상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두 은행 모두 특수성이 강해 회의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2년전 민영화법이 통과된 후 민영화 절차에 들어가기 앞서 기존 국책금융기관의 틀을 벗고 내부적으로 자산건전성 등 체질개선에 주력한 결과 산업은행의 작년말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달성했다"며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수신확보가 필요한데 작년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왔을 때나 올해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가 이를 허용치 않아 결국 민영화 추진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찌됐든 향후 좋은 매물이 나올 경우 인수에 나서거나 아니면 독자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겠지만 가장 좋은 기회로 여겨졌던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가 어려운 이상 현재로선 딱히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은행이나 우체국 금융부문 인수 등은 전혀 검토된 바 없고 우리금융 역시 민영화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 입찰의향서(LOI) 접수 최종시한인 29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불발로 국내 금융지주사의 인수 참여가 어려워졌지만 사모펀드(PEF), 컨소시엄, 해외 금융자본이 인수참여를 원하거나 국내 금융지주사가 인수가 아닌 합병 방식을 선택하면 예정대로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만약 LOI를 제출하는 곳이 없거나 한 곳에 불과해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는 무산돼 내년 총선과 대선 등으로 사실상 차기 정권에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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