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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대한통운 인수하고도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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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대한통운 인수하고도 '울고 싶어라'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1.06.29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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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가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을 제치고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후유증이 만만찮다.

그동안 감정적으로 대립 양상을 보였던 삼성 오너 일가를 대놓고 비난했던 CJ 홍보실장이 전격 경질된 가운데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CJ GLS 3대 주주가 사전합의 없이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했다며 반기를 들었고, 애초부터 CJ 인수를 반대했던 대한통운 노동조합의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특히 2조2천억원의 파격적인 입찰금액을 써내 가까스로 승전보를 울렸지만 CJ가 실제로 얻게 될 수익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계는 이재현 CJ 회장이 이처럼 예상외의 높은 가격으로 입찰가를 내고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한데 대해 삼성그룹에대한 배신감 때문에 일종의 '오기'도 작용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 삼성-CJ '집안싸움' 불끄기 수순?


CJ는 지난 28일 대한통운 입찰 후 즉각 그룹 홍보실장을 신동휘 부사장에서 권인태 전략지원팀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더이상 삼성을 자극하는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 부사장은 1987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20년 넘게 홍보실에서 근무한 그룹 내 최고 ‘홍보통’. CJ가 대한통운 인수를 둘러싸고 삼성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신 부사장이 강경론을 주도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된다.

CJ그룹 수뇌부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삼성 오너 일가를 직접적으로 비난한 신 부사장에 대해 “너무 오버했다”며 경질한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지난 27일 공식 입장을 통해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히고 이과정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개입했다며 맹비난했다..

CJ그룹 측은 “홍보실장이 전격적으로 바뀐 것일뿐 신 부사장이 해고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삼성은 그동안 대한통운 인수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일관하다 본 입찰 직전에 입장을 바꿨다. 삼성SDS는 5% 지분율로 포스코와 손을 잡고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집안싸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게다가 삼성증권이 CJ의 인수자문사로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기업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는 등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됐다는 평가다.

◆ CJ "울고 싶어라" 

CJ가 승전보를 울리자 삼성과 포스코는 사색으로 변했다. 포스코는 대한통운 채권단에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에 대한 의문점을 법률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지난 28일 요청했다.

인수 주체가 당초 CJ로 알려졌는데, 실제 본입찰에는 CJ제일제당과 CJ GLS 등으로 바뀐 점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또 CJ의 대한통운 인수자금 조달방안 중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부분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CJ GLS의 3대주주(18.37%)인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는 CJ가 사전 협의없이 이사회 등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대규모 M&A를 추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한PE는 지난 27일 대한통운 본입찰 마감 직전에야 CJ GLS 측으로부터 대한통운 본입찰에 참여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초 CJ GLS에 투자할 때 맺은 계약서에서는 대규모 투자 건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에 알리고 협의하도록 합의했다는 것.

CJ그룹이 당초 예비입찰자였던 지주회사 CJ 대신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CJ GLS 만을 본입찰에 참여시키면서 2조2천억원의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CJ GLS가 증자할게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CJ GLS의 지난 3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298억원에 불과하다.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CJ GLS가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약 6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빌리는 것이 과하다고 신한PE는 주장하고 있다.

더우기  당초 택배 등 겹치는 사업부문으로 구조조정을 우려해 CJ 인수를 반대했던 대한통운 노동조합의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대한통운 노조는 CJ 대신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이뤘던 포스코에 인수해달라며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 파격적인 인수금액 '승자의 저주'에 빠지나

더 큰 문제는 당장 2조2천억원을 CJ제일제당과 CJ GLS가 5대5로 마련해 대한통운을 인수하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9일 증권가에서는 CJ가 너무 높은 입찰가격으로 인해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았다.

우리투자증권은 50% 이상의 경영 프리미엄에대한 댓가가 너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김주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경우 물류비 절감 이외에는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인수 후 유입되는 예상지분법 이익도 연간 3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지었다.

CJ제일제당은 단기에 자산매각이 불가능할 때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예정인데, 보유 현금을 제외한 필요자금 8천억원 가량을 이자율 4%에 발행하면 연간 320억원의 이자비용이 들어 이익보다 지출비용이 더 커진다 지적이다.

무리하게 인수 자금이 투입되면서 정작 CJ제일제당은 자체 핵심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CJ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종합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을 끌어들이면서 비사업 관련 분야에 핵심주체로 동원된 것이 기업 이미지를 깍아먹는다는 것.

한화증권도 대한통운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주당 인수가는 다소 파격적이라며, 인수 대금 마련에 따른 성장전략의 차질로 단기적인 주가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시너지보다는 대주주가 부족한 인수여력을 CJ제일제당을 통해 해소한 것이라 실망했다고 평가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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