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창사 이후 최악이라는 탄식이 흘러 나온다.
시름의 주된 원인은 정부의 약가 인하 조치. 공들여 개발한 의약품들이 제 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우수 의약품 개발에 대한 댓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제약산업을 살리고 세계 시장에서 의약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 지속적인 약가인하…제약산업 고사시킬 것
의약품 인허가와 약가 산정까지 제약 분야 만큼 규제의 손길에 휘둘리는 산업도 드물다. 많은 제약사들이 제품개발에서부터 판매 활동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변하는 다양한 정부 시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제약사 관계자들은 제약산업이 국책산업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정부는 제약 산업 특별육성법, 해외 수출 지원 프로젝트 등 겉으로는 제약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옥죄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평가다.
현재 제약사들이 가장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칼바람처럼 몰아치고 있는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현재 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약가 인하 정책은 ‘특허만료시 약가인하’,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리베이트 약가인하’ 등 그 종류만 5가지에 이른다.
정부가 이처럼 약가 인하에 팔을 걷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리베이트 영업 관행으로 미루어 볼 때 아직까지 약가 거품이 빠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이미 깎을 몸통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전체 제약 업계의 고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현재 우리나라 신약의 등재가격이 의약분야 주요 선진국의 35-45% 수준으로 보고 있다. 특허가 만료될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은 80%, 제네릭은 68%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약가 인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사업이 완료되고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도가 운영될 경우 2013년 약 2조원 가량의 약가가 빠져나갈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해마다 매출은 소폭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영업익은 뚝 뚝 떨어지고 있다”며 “이윤이 남아야 연구도 투자도 하고 할텐데 이대로라면 문닫는 제약사가 한둘이 아닐거라는 탄식이 터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 적정 마진 보장해야 제약산업 산다
특히 정부 시책에 따라 리베이트 관행을 버리고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제약사들에게까지 일괄적인 약가 인하 정책을 밀어부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적정 이윤을 포함해 1000원을 목표로 개발된 의약품이 공단의 약가 산정에서 이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되고 이마저도 다양한 제도를 동원해 가격을 떨어트릴 경우 제약사들의 경영이 심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결국 제약사들이 R&D 투자와 우수 제품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돼 국내 제약산업 전반이 침체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제약사들은 개발 노력에 상응하는 적정 마진이 보장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약개발에 나서지 않게 되고 이는 곧 ‘고만 고만한’ 복제약 생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국의 약가 산정 방식이 복제약 생산을 유도하는 구조이다 보니 최소한의 생산시설을 갖춘 중소형 제약사의 난립만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수의 제약사가 의약품 시장을 세분하고 있어 연구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제약사들도 재투자의 여력이 없어 국내 의약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제약사가 난립해 카피약을 양산하는 시장 구조가 리베이트를 부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차별화 되지 않은 카피약은 시장 진입을 시도하기 위해 무리한 영업활동을 불러일으켜 이는 곧 의약사들에 대한 리베이트로 귀결된다는 것도 업계의 하소연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보장성이 약해 특허 만료 시 일괄적으로 약가를 인하하는 것도 제약사들의 개발 의지를 꺾어 놓고 있는 상황.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관계 기관의 인식 전환이 가장 시급하다고 전하고 있다.
보험 재정은 한정시킨 채 약제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약가인하에만 몰두하는 것은 보험재정의 부담을 특정 업계에 덮어 씌우는 정책이라는 것.
제약사 관계자는 “노령인구의 증가로 갈수록 의약품 사용량이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이에 따른 추가적인 재정확보는 뒤로 미룬 채 밀어 붙이기식 약가 인하에만 나서는 것은 제약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내 10대 제약사인 동아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제일약품, 중외제약, 종근당, LG생명과학, 일동제약 등을 비롯한 주요 제약업체들은 최근 이같은 약가인하 정책을 제약산업을 고사시킬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