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팬들 역시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세리는 지난 10년간 우리에게 단순한 골프선수,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15세 때 이미 국내 무대 정상을 밟았던 ‘신동’이었지만 98년 LPGA무대에 진출했을 때 10년 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본인뿐이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 웃음을 잃었던 국민들은 미국에서 들려온 박세리의 우승 소식에 놀라움과 함께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나는 희열을 느꼈다. 곧이어 US오픈 연장에서 맨발 투혼으로 또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세리는 이내 ‘온 국민의 연인’이 됐고, 우리가 어려운 시절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됐다.
98년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를 평정한 박세리. 그의 지난 10년은 곧 한국여자골프의 LPGA 역사다. 박세리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잇달아 우승컵을 챙기는 모습은 한국의 어린 유망주들을 그린으로 끌어들였고, ‘제2의 박세리’를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게 만들었다. 김미현 한희원 박지은 등 1세대 이후 미국땅을 밟은 장정 이지영 김주연 김주미 등 지금 활약하고 있는 선수 대부분이 그렇다.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머나먼 곳으로 여겨졌던 LPGA 무대를 꿈이 아니라 손에 닿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알려준 것이 박세리다.
박세리가 만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힘이나 뛰어난 기량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는 강한 승부근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한국여자골프의 1인자에서 세계여자골프의 전설이 된 박세리. 그러나 박세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힘들었던 지난 10년을 내려놓고 다음 목표를 향해…(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