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마진 급증이 기름값 상승의 주요인"이라는 정부측의 지적에 맞서 정유업계가 반박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국내 유가정책의 기준이었던 가격자료가 허수라는 사실이 다시 드러났다.
13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정부가 지난 11일 휘발유.경유 할당관세 적용 발표시 함께 내놓은 국내 정제마진 동향 자료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현재 휘발유 등 석유제품 공장도 가격이 외부에 공개되는 가격보다 ℓ당 30∼60원 가량 할인된다는 사실, 이른바 '백(Back)마진'을 인정했다.
이 부분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크게 논란이 됐던 부분으로, 당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진수희 의원(한나라당)은 "국내 5대 정유사가 각종 유류제품에 대해 주유소 실제 납품가보다 높은 허위 공장도가격을 고시해 97년 유가자율화 이후 국민이 추가로 부담한 기름값 규모가 19조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유업계로서는 유류세금이 1.2% 오르는 동안 휘발유 공장도 출하가에서 원유 도입가를 뺀 정유사 마진이 59%나 급증했다는 발표를 정부가 내놓자 실제 마진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려 이를 인정한 것이지만 결국 해묵은 이슈를 되살려 소비자들의 불신만 초래한 꼴이다.
발표 가격보다 낮은 값에 팔면 정유사들이 손해를 볼 것 같지만 이런 방식의 이중 가격을 통해 정유업계는 직영 주유소에서 이익을 얻고 싼 값의 경쟁사 제품을 '바꿔치기'하려는 나머지 주유소들의 움직임을 차단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에 대해 업계측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영업과정에서 판매량과 위치 등에 따라 다른 할인율을 적용하게 된다"면서 "현재 석유공사를 통해 공개되는 가격은 정유사들이 받기를 원하는 '희망가격'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할인폭을 반영한 실제 판매가격은 집계가 어렵고 주유소마다 다른 할인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도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유업계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개가격은 '못믿을 허수'라는 사실이 이로써 명백해진 셈이다.
산업자원부는 이런 가격 부풀리기를 차단하기 위해 정유사들의 '허수'발표 를 토대로 가격자료를 집계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 석유제품 판매량과 매출을 따져 실제 공장도가를 산출하는 가격 모니터링 제도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