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불안과 가격 상승은 전적으로 투기적 수요에 의해 것이라며 부동산 세제를 대폭 강화해 가수요를 이탈시키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였다. 따라서 주택 공급을 확대해 시장과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주택건설업자나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앞잡이 발언(?) 정도로 치부해 버렸다. 그러나 죄이면 죄일수록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자 참여정부는 집권 후반기부터 슬그머니 공급확대 시책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값싸게 빨리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신도시 계획 발표를 남발하게 됐고, 이렇게 해서 참여정부에서 사생아처럼 발표된 신도시가 무려 10여 곳에 달한다.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주택 유효수요는 얼마나 되는지, 어느 지역을 원하는지, 어떤 품질이나 유형의 주택을 원하는지의 수요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지정함에 따라 유령의 동네신도시로 변할 위기에 처했다. 더구나 도시계획의 철학이나 생명력이 없는 수도권 2기 신도시는 자족과 친환경이라는 너울을 뒤집어쓰고 있어 자칫 국토 낭비나 훼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탄신도시는 이미 신도시 건설이라는 기대감이나 주택 공급의 효과를 잃어버렸다. 입주자 가운데 서울 사람의 비율이 10%대에 불과, 서울 사람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기점 45㎞에 달하는 원거리를 극복하지 못한채 수요층의 매력을 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일 발표한 동동탄신도시 역시 삼성전자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신도시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파주신도시는 계획 자체는 엉성하지만 동탄에 비해 미래 비전을 가진 잠재력이 큰 곳으로 인식된다. 자유로라는 교통축이 기반이 되어 인식이 높아진 데다 자족공단과 남북교류가 도시의 생명력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155마일의 휴전선 가운데 북한의 도시권과 유일하게 근접한 접경지역이 파주이다. 파주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 북한 인력을 데려오도록 하자는 경제적 대안과 통일 전 관련시설과 기관은 파주에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등을 고려하면 향후 파주신도시는 향후 부동산 수요가 가장 많은 미래의 남북 교류중심지가 될 공산이 크다.
신도시 발표에도 여전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용인. 살아서는 용인, 죽어서는 천안이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용인은 분당과 판교를 둘러싸고 있는 최고의 남부권 투자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난개발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어지러울 정도로 개발됐지만 강남 근접지의 고급 전원 주택지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민간택지인 동천이나 상현, 그리고 수원의 광교신도시의 아파트 분양에 수요층의 관심이 쏠려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도시 가운데 최고의 꽃은 송도다.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는 용인이나 동탄, 파주, 김포 등의 신도시와는 태생부터 다르다. 완전히 국제무대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1600만평 규모의 매머드급 신도시로 4개 대학이 들어서는데 이어 국제업무, 지식정보, 첨단 바이오, 국제학술, 업무레저복합, 항만 등의 기능이 어우러진 한국의 미래 신도시이다. 2020년에 25만명이 거주하는 한국 최초 국제도시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날수록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1급 베벌리힐스인 판교와 강남은 이같은 수도권 신도시가 부각될수록, 소득이 높아갈수록, 부동자금이 많아질수록, 영원한 부촌으로서의 자리를 더욱 굳건하게 지킬 것이다. 동동탄신도시 지정이래 이들 부촌의 급매물이 다시 움직이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리라(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