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J(27)씨. 과학고에 진학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인 98년 학교를 그만뒀다. 95년부터 97년까지 특목고 학생들에게 동일 계열 진학 시 주어졌던 내신 특혜(비교내신제)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에서 수십명이 J씨보다 앞서 자퇴를 결정했다.“나보다 내신이 좋은 녀석도 자퇴하는데, 학교를 계속 다닐 자신이 없었다”는 그는 “그래도 여럿이 학원을 다니니 학원이 학교 같았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교육부가 내신 비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일선 특목고에서는 꼭 10년 전 불었던 ‘자퇴대란’이 또다시 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들끓고 있다. 대일외고 관계자는 “2008학년도는 당시에 비해 해외로 나갈 수도 있고, 수시전형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 자퇴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또다른 외고에서는 위기감이 역력하다.
대원외고 관계자는 “현재 고3 학생들은 교육부가 내신 비중을 강화하는 대신 특목고 학생들이 동일 계열에 진학할 때는 내신 특혜를 주겠다는 발표를 듣고 진학한 학생들”이라며 “어느 대학도 그에 대해 배려해주지 않고 있어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원외고는 10여년 전 500명 내외의 재학생 중 100여명 이상이 자퇴하는 대란을 겪은 바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만약 내신 실질반영률을 40~50%로 높이는 교육부안이 확정된다면 재학생 사이에서는 자퇴가 늘 것이고, 신입생의 지원율은 현격히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운 교육부 정책이 오히려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학교로부터 떠나게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안에 따라 내신과 지역 안배를 하고 있는 서울대의 경우 실제 특목고 출신 입학생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98년 전국의 과학고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은 434명에 달했으나, 비교내신제도가 없어진 이후 수년 동안 과학고 출신은 50명대로 떨어졌다. 과학고 출신이 사라진 자리에는 과학고를 자퇴한 검정고시생이 메웠다.
김도연 서울대 공과대 학장은 “지원자 중에서는 친구를 따라 자퇴를 하고 싶었지만 ‘편법을 쓰지 마라’는 부모의 뜻에 따라 학교에 다녔다는 학생도 많았다”면서 “수능이 지원자 평균보다 4점이 높았는데도 내신이 8점이 낮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3년에는 국제정보올림피아드 금메달을 수상한 한성과학고 김형실 군을 비롯해 동메달 수상자 2명이 내신성적 때문에 서울대 수시모집 1차 서류에서 낙방, 전국과학고교장단협의회가 서울대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입시 관련 서울대 관계자는 “특목고를 우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부 수상경력까지 있는 영재를 수용할 수 없는 입시제도가 안타깝다”고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일률적인 내신 반영률보다는 특목고 학생들이 동일 계열에 입학할 때 그들 끼리만의 내신을 적용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