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 등에 따르면 1월2일 새벽 40∼50대로 추정되는 백인 남성이 부산 서구 암남동 사조물류창고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부산 서부경찰서 송도지구대 경찰관이 발견, 고신대복음병원으로 옮겼다.
뇌출혈로 생명이 위급한 상태였던 이 남성은 긴급 뇌수술을 받고 위기는 넘겼지만 스스로 호흡 정도만 할 수 있을 뿐 운동기능이 정지해 8개월이 넘도록 중환자실 신세를 지고 있다.
아무런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는 상태이며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눈맞춤은 아니라는 게 병원 측의 소견.
러시아 선원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발견됐고 갈색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외모도 러시아인으로 보여 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에서 부산 러시아선교회를 통해 러시아 사람과 대화를 해보도록 시도했지만 그는 묵묵부답 입을 열지 않았다.
인권모임 관계자는 "러시아 사람인데 뇌 손상으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인지 다른 언어를 쓰는 서양인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흰색 모자, 카키색 점퍼, 청바지 차림에 천원짜리 지폐 한 장과 넥타이핀이 소지품의 전부였던 그에게서 신원을 알 수 있는 단서라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인권모임과 병원 측은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등을 상대로 이 남성의 신원에 대해 수소문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사이에 눈 덩이처럼 불어난 치료비가 1억2천만원에 달하지만 국적도 이름도 불명확한 환자를 치료비가 싼 공립의료기관으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해 고신대병원측이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 치료를 하며 신원 파악에 노력하고 있다.
인권모임 관계자는 "이 환자와 함께 온 선원이 미등록노동자라면 신분 노출을 우려해 자신이 알고 있다고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갈색 머리에 흰 피부, 푸른 눈을 가진 이 중년 서양 남성에 대해 아는 사람은 외국인노동자인권을 위한 모임(☎051-802-3438), 고신대 복음병원(☎051-990-5070 ) 또는 러시아 선교회(☎051-467-9799)로 연락해 줄 것을 당부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