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노린 흥행 기대작 대부분이 이번 주 속속 개봉하면서 이번 주말이 올 추석 극장가 혈전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영화 '타짜'가 극장가를 장악했다면 올해의 승자는 누가 될까.
평소 영화관을 자주 찾지 않던 관객까지 불러들이는 대목인 만큼 역시 '남자의 영화'가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날아온 화려한 액션 블록버스터 '본 얼티메이텀'. 웬만한 한국의 야심작을 모두 물리칠 태세다.
한국 영화로는 '즐거운 인생'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등 중년의 인생을 그린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영화들은 코미디의 외견을 하고 있지만 한껏 웃으면서도 명절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것을 주문한다.
◇'본 얼티메이텀' 극장가 휩쓸까
미국에서도 '대박'을 터뜨렸고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첩보물 '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단순한 스토리의 변신로봇 영화 '트랜스포머'가 올 여름 남성 관객을 극장으로 바짝 끌어당겼듯이 언제 개봉해도 흥행할 것이 뻔한 이 영화가 추석 극장가에서 어느 정도의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일단 이번 주 예매 순위(맥스무비 자료)로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두 얼굴의 여친' '본 얼티메이텀' '즐거운 인생' 등 4편이 불과 1%포인트 안팎의 점유율 차이로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디 워'와 '화려한 휴가' 등 한국의 대작들이 일찌감치 여름 한판 승부를 벌였고 다른 할리우드 대작이 없는 터라 화려한 액션의 극단을 보여주는 '본 얼티메이텀'의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극장가를 휩쓸 가능성도 높다.
시사회 결과에서도 스케일과 스토리 모두 전작들보다 한 단계 진화한 '때깔 좋은 영화'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경을 여러 번 넘나드는 다국적 추격전과 긴박한 액션신은 역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고 머리 좋은 플롯도 여전하다.
또 남자 냄새 짙은 한국영화로 곽경택 감독의 '사랑'이 있다.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점철된 영화는 아니지만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징글맞은 사랑과 인생을 그린 영화다.
부산을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의 어두운 뒷골목 인생을 담고 있어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곽 감독의 대표작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남성미 넘치는 역할에 야심차게 도전한 주진모의 매력이 볼거리다.
◇우리의 부모님을 떠올린다
'즐거운 인생'은 40대 가장들이 록밴드를 꾸리면서 인생을 찾아가는 가족영화다. 지난해 추석에 '라디오 스타'로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준익 감독은 올해도 추석의 관객을 노린다.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가장과 기러기 아빠, 실업자 등 서글픈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꿈을 찾고 젊은 세대와도 소통해 나가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추석에 안성맞춤인 영화다.
또 '왕의 남자'로 대박을 터뜨리고 '라디오 스타'로 조용하고도 꾸준한 사랑을 누렸던 이준익 감독의 이름을 믿고 찾는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즐거운 인생'이 아빠의 영화라면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평소에도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하다 명절이면 허리가 더욱 휘는 우리들의 엄마를 생각해 볼 만한 영화다.
이 영화는 일단은 '주유소 습격 사건' '광복절 특사'의 연장선인 김상진표 소동극이다. 여기에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으로 젊은 층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견 배우 나문희가 원톱으로 나섰다.
다만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고 돈밖에 모르는 자식들을 배치해 코미디에 교훈을 얹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그 밖에 입양아의 절절한 아버지 사랑을 그린 '마이 파더'도 쟁쟁한 경쟁작들의 틈을 뚫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명절에는 그래도 웃어야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도박사들의 이야기 '타짜'가 코미디 '가문의 부활'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고 멜로영화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성공을 거두면서 '추석엔 코미디'란 공식이 수 년 만에 깨졌다.
그래도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비롯해 기획 코미디물이 속속 개봉하는 것을 보면 '명절에는 그래도 웃어야 한다'는 믿음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두 얼굴의 여친'도 추석 시즌을 노린 코미디다. 특히 명절에도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젊은 연인들을 위해 멜로 영화의 면모까지 갖췄다. 괴팍하면서도 마음 여린 여자와 순진한 남자의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만큼 비슷한 흥행 성적을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떠들썩한 인기를 누렸던 전편들만큼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으나 시리즈물의 기본을 할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한 '두사부일체3-상사부일체'도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둔 20일 개봉해 젊은 관객을 노린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