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학력 위조 파문에 이어 이번 정준하의 '여성 접대부 고용 파문' 역시 핵심은 거짓말이다. 그런데 MBC는 그가 거짓말을 한 것은 뒷전이고 "정준하가 문제의 술집과 아무 지분 관계가 없다고 하니 그 말을 믿겠다"며 '무한도전'의 하차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초등학생도 시청하는 최고 인기의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정준하는 이제껏 자신이 문제의 술집을 경영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박명수와 짝을 이뤄 'CEO 연예인'으로 수 차례 방송에서 대화를 나눴던 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한도전'의 시청자들은 정준하가 '술집 사장'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니 '믿고' 있었다.
그런데 정준하는 이제와서 자신이 그 술집과 아무런 지분 관계가 없다고 한다. '얼굴 마담'이었을 뿐이란다. 그렇다면 방송에서 그간 술집 관련 발언을 하며 홍보해왔던 것은 뭐란 말인가. 게다가 '여성 접대부 고용' 파문이 처음 터졌을 때도 그는 술집 사장 신분으로 기자회견에 응했다. 자신이 경영하는 술집에는 접대부가 없다고 항변하며 가슴을 쳤다.
이런 상황에서 MBC는 "정준하를 믿는다"고 한다. 궤변이 따로 없다.
이에 앞서 MBC는 이영자의 거짓말도 사했다. 이영자가 전 국민을 상대로 방송에서 '사기'를 쳤음에도 그의 거짓말은 한 번의 사과만으로 용서됐다. 사기의 피해자였던 이소라가 공개적으로 괴로움을 호소하고 나오기까지했던 기막힌 촌극은 사과 한마디에 무마됐고 이영자는 현재 MBC에서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학력 파문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수 년간, 길게는 수 십년간 학력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던 연예인들은 대부분 눈물의 사죄를 한차례 하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라디오 방송도 계속 하고, 드라마에도 계속 출연한다.
물론 죽을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흉악범도 아니다. 또 연예인보다 더한 거짓말을 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대에, 누구보다 매스미디어의 도움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연예인들이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사실은 결코 '귀엽게' 봐줄 일이 아니다. 특히 거짓말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이득을 취했다는 점에서 거짓말도 명백히 '죄'가 된다. 정준하만 해도 술집 지분은 없지만 손님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했다. 방송만큼 효과가 큰 홍보가 어디있나.
백지영이나 오현경은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가 유출되면서 활동을 접어야했다. 기실 그들은 피해자다.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죄인처럼 오랜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런데 고의적으로 사람들을 속인 연예인들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방송사가 나서서 곧바로 '사면'을 해주는 덕분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거짓말 파문이 터질 때마다 "뭐 그리 큰 문제인가요"라고 말했다. 거짓말의 악영향 이전에 연예인을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부모들이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거짓말 하지 마라"는 것이다. 거짓말한 사실이 들통나면 부모는 아이에게 응당한 벌을 준다. 그런데 아이들도 보는 방송에서 거짓말이 횡행한다. 방송사는 거짓말을 알고서도 감싼다. 방송사가 해당 연예인의 인기 덕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최수종이나 주영훈은 거짓말에 대해 사죄를 하면서도 또다시 거짓 해명을 한 사실이 들통나 충격을 안겨줬다. 거짓말에 대한 패널티가 확실하다면 이런 거짓 해명은 없었을 것이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