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문호)이 '30일 총파업'을 돌연 철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노조는 당초 이날 하루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날인 29일 오후 긴급대표자회의를 열어 파업연기를 결정했다.
이로써 '금융대란' 등의 큰 혼란없이 정상적인 은행업무가 가능해졌지만 '총파업'의 주목적이었던 '2012년도 임금단체협상'은 여전히 노사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언제 또 다시 파업사태가 재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노조 측은 총파업 철회와 관련, "파업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농협 노사가 자율성 확보·고용안정 특별단협을 체결했다"며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 경고만으로도 메가뱅크 저지, 산업은행 민영화 저지, 농협 자율성 확보·고용안정 특별단협 체결이라는 큰 성과를 거두는 등 올해 총파업 4대 핵심사안 중 3대 핵심사안이 해결돼 파업을 잠정 연기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금융노조는 이어 "파업을 연기하지만 20만 대학생 무이자 학자금 지원, 신규인력 채용 확대를 통한 청년실업 해소, 비정규직 채용금지 및 제도폐지 등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한 올해 임단협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노조는 임단협과 관련, 지난 4월부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측과 15차례 교섭을 벌였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등을 거쳤으나 최종 결렬되자 이달 13일 35개 전체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1%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임단협 문제를 비롯해 우리금융 졸속 민영화 반대, 농협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MOU) 철회, 산업은행 기업공개(IPO) 중단 등을 요구, 30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7일 마감된 우리금융 예비입찰에 유력후보였던 KB금융지주를 비롯해 단 한곳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결국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겨졌다.
'우리금융 졸속 민영화를 통한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우려는 해소됐으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국민은행 노조 측이 더는 파업에 참여할 명분이 없어졌고 농협 역시 사측과 고용안정 등의 특별단협 체결로 무리하게 파업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신한·하나은행 노조 등 다른 지부에서도 상당수 총파업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역시 급박하게 파업을 철회한 주요배경이 됐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파업을 연기하지만 그간 이 정권이 추진해 온 잘못된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식을 바꿔내고 경남·광주은행의 독자생존 민영화를 이루기 위한 투쟁과 농협에 강요한 불법적 MOU를 완전 폐기하기 위한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총파업이 잠정 연기됨에 따라 금융노사간의 임단협 논의도 진전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노사간 이견차가 커 냉전기류가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측은 임단협 결렬 후에도 비공식적으로 실무진간 대화를 진행하고, 지난 25일에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과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대표자교섭을 가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된 바 있다.
성낙조 금융노조 대변인은 "파업 연기 결정은 정부와 사용자 측에 보내는 경고"라며 "20만 대학생 무이자 학자금 지원, 신규인력 채용 확대를 통한 청년실업 해소, 비정규직 채용금지 및 제도폐지 등 사회적 약자보호를 요구하는 노측의 요구에 대해 사용자 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는 언제든지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노조가 총파업의 명분으로 '금융 공공성 강화 및 사회적 책임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상 임단협 요구사안보다는 KB금융과 우리금융 합병 저지, 농협 MOU 사안 해결에만 치중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사는 향후에도 임단협과 관련, 지속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임금인상(정규직 최소 7%, 비정규직은 정규직 인상분의 2배)과 2015년까지 비정규직제도 철폐, 20만 대학생 무이자 학자금 지원, 청년.고령자 일자리보장 사안 등이 원만히 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