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고 모(남)씨는 지난 7월 무릎 연골 파열로 병원에 입원해 반월상연골절제수술을 받은후 3주간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입원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다. 고 씨의 경우 수술 전 한방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후 3주간 입원치료를 병행했고 간병인까지 쓰며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로부터 입원 필요성을 2주만 인정받았다. 고 씨는 "입원해 치료하면 빨리 나을 수 있다고 해 따른 건데 외출할 정도면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더라"며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삼성화재 측은 "고 씨가 수술을 진행한 병원에서의 입원은 인정해 15일치의 간병인사용일당을 지급했다"고 답했다.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주 모(남)씨는 지난 10월 허리 통증으로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을 받았으나 보험금이 부지급됐다. 주 씨는 시술 후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불가해 이틀간 입원해 치료 받았고 병원비 총 300만 원이 청구됐다. 주 씨는 퇴원 후 보험을 가입한 흥국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신경성형술은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급이 거부됐다. 주 씨는 "2007년 가입해 18년째 보험료를 냈는데 병원에서 권한 입원 치료를 보험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억울해했다. 흥국화재 측은 개인정보 문제를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다.
실손보험 보험금 부지급 분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원 치료의 적정성 판단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며 보험사와 소비자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소비자는 시술 후 거동이 불가하거나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의료진 판단 하에 입원해 치료 받았다고 주장하나 보험사는 입원 적정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양 측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26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백내장, 신경성형술, 무릎줄기세포 주사, 전립선 결찰술 등 특히 보험금 누수율이 높은 질환이나 신의료기술 치료를 받으며 입원을 병행한 소비자가 입원 관련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대부분 보험사에서 발생하는 분쟁 사항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실손보험 분쟁 건수는 5482건이다. 총 보험 관련 분쟁에서 18.2% 비중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 분쟁 중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치료는 신경성형술로 932건(17%)에 해당한다.
2022년과 2023년엔 백내장에서 가장 많은 다툼이 발생했고 지난해엔 무릎 줄기세포 주사였다. 해마다 실손보험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치료들이 변하고 있는 셈이다.
실손보험 분쟁은 약관 특징으로 인해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 약관이 특정 질병이나 진단 방법 없이 포괄적 방식으로 정하고 있어 소비자와 보험사 간 보장대상에 대한 인식 간극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약관에는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해 의료기관에 입원(통원)해 치료받은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입원의 실질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입원 한도로 보험금이 지급된다.
입원 보상한도는 5000만 원인 것에 비해 통원 한도는 약 30만 원에 그쳐 보험금 분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일부 병원에선 시술 후 입원치료를 병행하면 상태가 호전될 것이고 보험으로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다며 입원을 권유한다. 병원 브로커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며 환자들을 모집해 허위청구하는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실손보험의 제3자 리스크를 언급한 것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지난 18일 개최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대토론회'에서 이 원장은 "실손보험은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 일부를 보장해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안된 금융상품임에도 도덕적 해이나 과잉진료 등 일부 의료기관의 제3자 리스크가 심화되며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이 지적돼 왔다"고 언급했다.
보험사는 실손보험 비급여 진료를 관리 급여 항목으로 산정하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보험료를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현재는 상위 9%의 계약자가 약 80%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다만 내년 초부터 도수치료나 신경성형술 등 비급여 항목이 관리급여 항목으로 들어가게 되면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보험료를 낼 수 있게 돼 분쟁도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입원 필요성은 의사가 판단해야 하며 의료진의 과잉진료 여부는 보험사가 입증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료진이 옳게 결정한다는 전제 조건하에 의료진이 입원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소비자들과 보험사는 전문가 소견을 믿어야 한다"며 "전문가에게 입원치료를 입증한 것이니 과잉진료 관련 내용들은 보험사가 데이터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도 실손보험으로 인한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건 근본적으로 보험상품 설계가 잘못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애초에 입원 보상한도와 통원 보상한도에 극심한 차이를 두는 등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상품설계를 했는데 이건 보험사의 잘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상품 설계를 잘못해 놓고 보험 손실이 나면 그걸 소비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건데 액수를 조정하는 등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