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전문매장에서 프린터 부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유통 경로'를 이유로 AS를 거절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판매처는 폐업상태라 경위 확인이 어렵고 제조사는 '비공식적인 루트로 공급된 부품은 정품으로 보기 힘들고 서비스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일 서울시 동작구 사당5동에 사는 도 모(남.35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1년 10월 테크노마트의 한 전자제품 판매 매장에서 HP사의 K5300 프린터 88번 헤드(출력 노즐로 프린터의 중요 부품)를 약 9만여원에 구매했다.
사용 중 헤드 고장으로 HP고객센터로 AS를 접수하자 '내부규정상 정식 유통경로에서 구매한 것이 아니라 보증을 해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내용인 즉 판매처에서 '교체용 헤드'가 아닌 완제품 프린터에서 헤드만 분해해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경우 정품으로 인정할 수 없어 AS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
사제품인지 확인을 요청하자 'HP사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제품은 맞다'는 기막히 답이 돌아왔다.
시리얼 넘버를 통해 정품이라는 사실이 입증됐음에도 유통 경로을 문제 삼아 AS를 거부하는 제조사 측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HP 측은 "원래 안 되는 거지만 AS해주겠다. 하지만 차후의 AS는 보장할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1년 남은 품질보증기간 동안 또 고장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추가 AS에 대한 문제를 짚자 업체 측은 다시 AS가 불가하다며 고개를 저었다고.
유통경로 상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판매처로 문의하려 했지만 이미 문을 닫고 없어진 상태.
도 씨는 "구매 당시 제품이 완벽하게 포장되어 있던 터라 분해 부품인지 교체용 제품인지 일반 소비자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제품이 아니고 정품인데 왜 이렇게 까다로운 규제를 두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부품하나 구입할 때도 시리얼 번호까지 모두 조회해 봐야 하느냐”고 기막혀 했다.
이에 대해 한국휴렛팩커드(HP) 관계자는 “HP 정식 루트로 공급되는 프린트 헤드가 아니어서 보증서비스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