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고액 보수에 이어 과도한 퇴직금 지급 관행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해 물러난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이 퇴직금으로 직원 연봉의 245배를 챙기는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퇴직금 누진율이 일반 직원에 비해 최대 5배에 달하면서 눈총을 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사업연도부터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경우 상세 내역이 공개됨에 따라 무분별하게 지급된 퇴직금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는 박 전 사장이 최근 159억5천700만 원이 넘는 퇴직금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고경영자라도 1년에 10억 원씩 퇴직금을 적립시킨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박 사장은 15년간 사장으로 근무한 장수 전문경영인으로, 지난해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코리안리는 대주주 2세인 원종규 사장이 회사에 입사한지 28년만인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 오너경영체제로 전환됐다.
박 전 사장이 받은 퇴직금은 이 회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6천500만원)의 245.5배에 달한다. 비결은 오랜 재직기간 동안 높은 누진율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코리안리는 직원에게 매년 월 통상임금의 1.2배를 퇴직금으로 쌓는 데 비해 상무는 2배, 전무는 3배, 사장은 4배를 적립했다.
거액 퇴직금을 챙긴 최고경영자들은 박 전 사장만이 아니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은 42억2천만원, 신은철 전 한화생명 부회장은 15억6천3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LIG손보의 경우 직원에 대해 누진율 1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사장은 4, 부회장은 4.5, 회장은 5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퇴직금 규정이 없는데도 특별 퇴직금으로 35억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퇴직금 일부만 하나고등학교 등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중도 사퇴하면서 급여와 상여금으로 5억7천300만원을 챙겼다가 지난해 11월 국민은행 부정 사태가 불거지자 성과급 반납 의사를 내비쳤지만 그 이후 진행되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의 경우 퇴직금을 받지는 않았으나 수십억원대의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를 부여받았다. 금융당국이 문제점을 지적함에 따라 지급 결정이 무기한 연기됐을 뿐이며 포기를 결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회장 연봉을 경영 실적에 따라 최대 70%까지 깎기로 했다.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은 올해 회장의 기본 연봉을 지난해보다 평균 30% 줄이기로 확정했다. 지난해 평균 20억 원대에서 올해 10억 원대로 하향 조정된다. 실적이 부진하면 이와 연동해 연봉이 더 낮아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