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최신형 LED TV의 파손 사고가 이어지면서 자파(스스로 파손)여부를 놓고 제조사와 소비자가 갈등이 빚는 사례가 빈번하다.
핵심 부품인 패널 파손시 수십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리비가 청구되다보니 원인 규명을 두고 실랑이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액정 사고 발생 시 하자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심의기관이 없어 제조사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소비자 과실'로 처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원만한 중재 역시 쉽지 않다.
◆ 휴가 다녀 왔더니 TV패널 파손...외부 충격이 원인?
부산 동래구 명장2동에 사는 정 모(남)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휴가를 다녀온 뒤 3개월 전 200만 원 가량에 구입한 'LG전자 LED TV' 패널 하단부가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온 가족이 휴가를 떠나 누군가 TV를 건드린 적도 없었다고. 일단 AS 요청을 했고 AS기사의 진단은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이었다.
패널 특성 상 일부분만 파손되더라도 전체를 교체해야 해 수리비용 49만 원이 청구됐다. 3개월 만에 제품가의 1/4를 수리비로 떠안은 정 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TV 외부 액정 외관에 흠집 하나 없어 패널에 금이 간 원인이 외부 충격이란 사실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하자 여부를 제조사가 판정한다는데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파손 원인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외부 흔적하나 없이 내부 균열..."이용자 과실~"
삼성전자 PDP TV를 135만 원에 구입한 경기 군포시 당동에 사는 이 모(남)씨. 지난 9월 중순 외출하고 돌아와 TV를 켠 이 씨는 3~4분만에 화면이 안 나오고 소리만 나와 TV를 천천히 살펴보니 외부 액정에 상처하나 없이 내부 액정이 여러 갈래 별모양처럼 금이 가 있었다.
곧바로 AS기사를 불렀고 진단 결과는 '이용자 과실에 의한 파손'. 하지만 파손 흔적은 커녕 티끌 같은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해 자파사고임을 확신했다는 이 씨.
AS기사 역시 액정 표면에 흔적이 없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액정 교체비로 56만 원을 안내했다. 이 씨는 지속적인 항의 끝에 액정 값을 제외한 수리비 7만 원을 받고 무상 교체했다.
이 씨는 "납득 할 수 있는 설명없이 무작정 고객 과실이라고하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자파' 의심돼도 심의의뢰할 기관조차 없어...판정 객관성에 소비자 의혹
이처럼 제품 하자 분쟁이 빈번한 가전제품의 최종 하자 여부 판정이 이해관계자인 제조사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하자 판정에 소비자가 수긍하지 않으면 산하 연구소에서 정밀 조사를 거쳐 공정하게 하자 여부를 가린다고 하지만 검사 과정이 폐쇄적이고 제조사 산하 기관이다보니 검사의 객관성을 두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반면 관련 업계 측은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자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게 대부분이고 의견 충돌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 파손 형태를 보면 자파사고인지 충격으로 인한 파손인지 판단할 수 있다"면서 "책임 소재로 분쟁이 발생하면 부설 연구소에서 검사 후 소비자에게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유관 기관 역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하자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하자 판정을 내릴 수 없고 판정 기관 또한 없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데이터화 할 수 있는 기술적 하자는 객관적 기준이 있어 판단이 가능하지만 파손 사고의 경우 기준 자체가 없어 제 3의 기관에서 판정을 내리기 어렵다. 원활한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 역할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