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소비자 권익보호가 이슈화 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과거 부담했던 근저당권 설정 비용 반환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해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소송비까지 떠안는 2중고를 겪고 있다.
2011년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과 개인고객 등이 은행 등을 상대로 50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까지 은행들이 대부분 승소하면서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판결이 무력화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도 법리적 해석을 뒤로 한 채 상식적인 수준에서 우후죽순 소송이 제기된 면이 있다며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한 발자국 물러나고 있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할 때 과거 고객들이 부담했던 설정비용 반환 청구소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총 362건이 선고됐다.이 중 원고가 승소한 건수는 1심에서 단 9건에 그쳤다. 1심 선고는 총 282건으로 그 중 96.8%인 273건은 은행이 설정비를 반환할 이유가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에서도 49건 모두 은행이 승소하면서 최근에는 근저당권 설정비용 반환 청구소송 제기도 주춤하고 있으며 소 제기를 취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건이 3심에서 계류중인 상태지만 대법원까지 올라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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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권 설정비용 반환 소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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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선고 |
승소 |
패소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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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심 |
31 |
0 |
0 |
계류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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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
49 |
0 |
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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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
282 |
9 |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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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기준(2014년 4월30일)/ 출처=은행연합회 (단위 :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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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 관계자는 "2011년 7월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 직전부터 은행들이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부담해오고 있다"며 "2011~2012년 (수만명이) 반환소송에 참여했지만 중도에 하차하는 사례가 많아 실제 피소건수나 금액을 더 이상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근저당권 설정비용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담보대출용 근저당을 설정할 때 소요되는 비용으로 등기비, 법무사 수수료, 감정평가 수수료, 인지세 등이 포함된다. 은행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는 돈으로 통상 1억 원을 대출할 때 50만~70만 원 정도가 발생한다.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둘러싼 분쟁은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근저당권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은행이나 고객 중 누가 부담할지 선택하도록 약관에 명시돼 있었는데, 은행들은 자사가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부담할 경우 대출금리를 높게 받고 고객이 부담하면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고객에게 전가해왔다.
공정위의 개정안이 나오자 은행들은 반발하며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1년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하게 한 은행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대출자들의 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을 해주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이익을 보는 것이어서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부담하게 된 것"이라면서도 "관련소송이 현재 계류중인 상황이어서 금감원이 나설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일부 로펌이나 단체 등이 근저당권 설정비용 반환 청구소송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며 "법리적인 인과관계에 따라 손해배상 등을 요구해야 하는데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고객에게 받은 돈을 돌려달라는 식으로 소송이 제기되면서 대부분이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17개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은 2008년 233조6천억 원에서 지난해 326조8천억 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가계대출이 67~68% 정도로 비중이 크며 근저당권 설정비용도 1조 원대에서 2조 원대로 불어났다.
대출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에 소송이 집중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근저당권 설정비용 반환 청구소송이 49건(103억3천200만 원)이 제기됐다. 우리은행도 3월 말 기준으로 관련 소송 54건이 제기됐다. 은행들은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자 이같은 소송에대해 충당부채도 설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