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이 일부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추진하면서 해당 그룹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6년째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한진그룹(회장 조양호)은 최근 1년새 부채비율이 170%포인트 이상 치솟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어 올해 산업은행과 어떤 협의를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대한항공, 한진, 한진홀딩스,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 5곳의 부채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742.7%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571.1%에 비해 171.6%포인트나 상승했다.
부채규모는 29조9천억 원에서 30조 원으로 거의 제자리 걸음을 했지만, 자기자본은 5조2천억 원에서 4조 원으로 22.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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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주요 재무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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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
대표 |
유동비율 |
부채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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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
2014년 |
증감폭 |
2013년 |
2014년 |
증감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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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
석태수 |
46.9 |
44.6 |
-2.3 |
696.3 |
1872.5 |
117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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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
지창훈 |
49.0 |
43.4 |
-5.6 |
915.7 |
908.3 |
-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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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
서용원 |
54.0 |
50.6 |
-3.4 |
137.2 |
135.9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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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홀딩스 |
윤주식 |
50.5 |
67.6 |
17.1 |
26.2 |
102.0 |
7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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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 |
김재건 |
233.3 |
193.6 |
-39.7 |
57.7 |
53.5 |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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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체 |
49.3 |
45.5 |
-3.8 |
571.1 |
742.7 |
1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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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기준/ 출처=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단위 : %, %p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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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동안 유동비율도 49.3%에서 45.5%로 악화됐다.
5개사의 유동자산이 24.7% 늘었지만 유동부채가 10조9천억 원에서 14조8천억 원으로 35%나 늘어난 탓이다. 유동자산은 1년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말하고,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이다. 유동자산과 유동부채의 비율을 계산한 유동비율이 높을수록 자금흐름이 양호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통상적으로 제조업종은 재무상태가 건전한 기업의 경우 유동비율이 100%가 넘는다.
회사별로 보면 올해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이 1천872.5%로 5개사 중 가장 높다. 이어 대한항공(908.3%), 한진(135.9%), 한진해운홀딩스(102%), 한국공항(53.5%) 등의 순으로 부채비율이 높았다.
1년새 부채비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회사는 한진해운으로 696.3%에서 무려 1천176.2%포인트나 급등했다.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도 부채비율이 26.2%에서 102%로 올랐다.
대한항공은 1년새 부채비율은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900%가 넘었다. 이 회사는 자기자본이 2조 원대인 반면 부채규모는 19조 원이 넘는다.
유동비율의 경우 회사 규모가 가장 작은 한국공항이 193.6%로 가장 높았다.
반면 한진해운홀딩스나 한진, 한진해운, 대한항공 등 4개사는 유동비율이 70%를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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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유동성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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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
현금성자금 |
차입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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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
2014년 |
증감률 |
2013년 |
2014년 |
증감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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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홀딩스 |
33,401 |
9,340 |
-72.0 |
195,000 |
440,000 |
1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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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
1,100,632 |
981,883 |
-10.8 |
2,892,954 |
3,394,341 |
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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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
44,417 |
47,261 |
6.4 |
386,444 |
373,493 |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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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
354,057 |
175,324 |
-50.5 |
8,111,536 |
6,590,190 |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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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 |
9,882 |
26,378 |
166.9 |
19,200 |
13,542 |
-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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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체 |
1,542,389 |
1,240,186 |
-19.6 |
11,605,134 |
10,811,566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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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기준 / 출처=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단위 : 백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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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사의 차입금 총액은 11조6천억 원에서 10조8천억 원으로 6.8% 감소했지만 현금곳간은 이보다 빠른 속도로 비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금이 1조5천억 원에서 1조2천억 원으로 2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한진해운홀딩스는 두 자릿수 비율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감소했다.
한진그룹은 주력 회사인 대한항공이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실적부진이 심화됐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한진해운까지 떠안게 되면서 2009년 11월 이후 6년째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한진을 포함해 14개 그룹에 대해 핵심 자산 매각과 인원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진그룹의 재무개선안(대한항공 약 3조5천억 원대, 한진해운 약 1조8천200억 원대)과 관련해 당초 예상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4천억 원 규모의 한진해운 유상증자는 당초 발표된 재무개선안에 포함돼 있는데다 이마저도 대한항공을 상대로 한 제3자 배정 방식이어서 내부자금을 활용에 그쳐 그룹 차원의 재무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환금성이 가장 높게 예상됐던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나 유가증권 처분 및 벌크선 사업부 매각이 부진한 상황에서 재무개선안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보유 운영자산, 즉 항공기와 선박을 매각한 자금 이외에 추가 진행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 시장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신용등급 조정에 대한 논의도 신평사에서 흘러 나오고 있어 당초 계획했던 선제적 자구 노력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옅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히지만 해외 CB등 다른 조달로를 통한 자금 모집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데다 에쓰오일 지분에 대해 경영진이 조기 매각 의지가 거듭 밝히고 있어 유동성 문제는 개선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정대로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각시기는 시장상황을 보면서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계획발표 시점 이후 현재 매각된 항공기는 총 3대이며, 예정대로 오는 2015년까지 B747-400 등 연료 소모가 많은 구형 항공기 13대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율도 비축유 기지 등 부동산을 당초 계획대로 오는 2015년까지 매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