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6위의 부품사로 자리매김한 현대모비스(대표 정명철)가 실속에서는 오히려 글로벌 1위 부품사인 로버트 보쉬를 앞서며 세계시장에서 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단순히 그룹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등에 업고 성장한 것이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모비스의 성장이 눈부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이 34조2천억 원으로 세계 1위 부품업체인 로버트 보쉬(이하 보쉬)의 66조 원에 비해 51.6% 수준을 기록했다. 덩치는 아직 절반을 겨우 웃도는 정도이지만 지난 2012년 매출이 보쉬의 41.9%였던 데 비해 불과 1년새 격차를 10%포인트 가량 좁힌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수익성이다.
매출이 절반 수준인 것과 달리,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9천억 원으로 4조700억 원을 기록한 보쉬의 60%에 달했다. 순이익은 3조4천억원으로 1조8천억 원에 그친 보쉬의 2.13배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결과 영업이익률은 현대모비스(8.6%)가 보쉬(6.1%)보다 2.5% 포인트 높았고 순이익률 역시 현대모비스는 9.9%를 기록해 보쉬(2.7%)의 3.6배나 된다.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의 사장이었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십수년전부터 주창한 '부품 모듈화'를 통해 품질과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불과 수 년만에 선두 기업보다 효율성있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점은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그룹의 지원에만 매달려 성장가도를 질주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대기아차의 부품 공급 업체로서 땅 짚고 헤엄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성장세에 비해 내부거래는 오히려 줄여가는 추세다.
현대모비스의 현대·기아차 내부거래 비중 | |||||
연도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매출액 | 10,633,020 | 13,695,717 | 15,886,201 | 16,865,694 | 17,512,013 |
현대기아차 거래액 | 5,147,436 | 6,548,546 | 7,396,131 | 7,805,250 | 8,173,680 |
현대기아차 비중 | 48.4% | 47.8% | 46.6% | 46.3% | 46.7% |
*개별 재무제표 기준 / 단위: 백만 원 | |||||
2009년부터 시작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09년 48.4%에서 지난해 46.7%로 1.7% 포인트 낮아졌다.
현대모비스는 모기업에 대한 공급 못지 않게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를 늘림으로써 5년새 매출을 1.7배 규모로 키웠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줄곧 13% 이상을 유지해 성장과 내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대모비스 매출·영업이익 현황 | |||||
연도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매출액 | 10,633,020 | 13,695,717 | 15,886,201 | 16,865,694 | 17,512,013 |
영업이익 | 1,422,294 | 1,946,620 | 2,138,842 | 2,312,366 | 2,269,798 |
영업이익율 | 13.4% | 14.2% | 13.5% | 13.7% | 13.0% |
*개별 재무제표 기준/ 단위: 백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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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부품업체라는 한계를 딛고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연이어 손잡으면서 글로벌 부품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06년부터 크라이슬러에 모듈을 최초 수출한 이후 지난해 모듈 누적 생산대수 100만대를 돌파했고 2009년 이후 GM(제너럴모터스)에는 주차브레이크와 중앙통합스위치(ICS), BMW·폭스바겐·다임러에는 헤드램프와 지능형배터리 센서 공급 계약을 연달아 맺었다.
그 결과 해외 완성차 브랜드에 대한 수출액은 2009년 5억3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25억 달러로 5년 만에 5배 규모로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품 공급이 증가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급을 늘림으로서 글로벌 부품사로서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대모비스는 과거 현대정공 당시 1991년 '갤로퍼'이어 1995년 국내 최초 미니밴 '싼타모'까지 히트시키며 완성차 업체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였지만 2000년에 현대자동차에 완성차 부문을 넘기고 현대·기아차의 부품사업을 통합하면서 순수 부품업체로 탈바꿈했다.
당시 매출비중이 가장 높았던 자동차 사업부문을 통째로 넘기면서 자생력에 의문부호가 달리기도 했지만 정몽구 회장은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현대·기아차를 측면 지원하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부품사로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고 수준의 자동차는 일류 부품에서 출발한다"는 철학을 가졌던 정 회장은 19998년부터 자동차 부품덩어리(모듈)를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부품 모듈화'를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고품질의 부품덩어리를 완성차 업체에 신속하게 공급하게 된다.
완성차를 위한 중간 단계에서 모듈화를 통한 부품 검증과 시스템 동작, 생산시설의 단축, 고효율화, 고생산성을 달성하면서 부품 생산, 그 중에서도 부품 모듈화에 승부수를 걸었던 정 회장의 '신의 한 수'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여세를 몰아 2020년까지 글로벌 톱5 부품사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완성차로의 수출 물량을 최대 20%까지 늘려 현대기아차 의존도 탈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부품사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 회장이 애착을 가지면서 현재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모듈사업 외에도 전장부문과 최근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 부품 분야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수 년간 글로벌 부품사 순위에서 유례가 없는 수직 상승을 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현대기아차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