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강화유리 파손 사고가 여전하지만 피해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론 상 일반유리보다 3~10배 강도가 높고 고급스러운 외관 디자인이 가능해 수 년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만도 등 국내 가전사들의 프리미엄 냉장고에 적용되고 있지만 스스로 깨지거나(자파사고)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이같은 위험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무상 교환조치는 물론 상해가 발생했음에도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열식기나 가스레인지 같은 강화유리 사용이 빈번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강화유리 안전기준'이 있지만 냉장고 강화유리의 경우 하자 여부를 판단할 근거조차 없어 십중팔구 소비자가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폭음 내며 산산조각난 냉장고 강화유리, 문짝 교체로 끝?
부산 수영구 광안4동에 사는 임 모(여)씨는 지난 3월 초 '퍽'하는 폭발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폭발이 발생한 곳을 경황없이 찾았고 결국 부엌에 있던 삼성전자 냉장고 문짝이 갈라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짝 외부에 코팅된 강화유리에 금이가기 시작했고 이후 1시간 넘게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고. 겁이나 바로 AS센터에 신고했고 수리기사 점검 결과 '열전달'에 문제가 생겨 유리가 파손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열전달의 문제라면 냉장고 내부 부품의 문제일 수도 있어 냉장고 교환을 원했지만 문짝 교체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그는 "문짝 교체 역시 며칠 걸린다고 지금은 냉장고 주위에 테이프만 감고 수리기사는 돌아갔다"면서 "내부적 문제라고는 하지만 강화유리가 이렇게 쉽게 깨질지 생각도 못했다"고 황당해했다.
◆ 자동차 유리와 같은 재질이라더니...반찬통에 부딪혀 산산조각
경남 김해시 삼정동에 사는 윤 모(여)씨는 지난 1월 동생에게 사준 LG전자 냉장고의 겉면 강화유리가 깨져 난처한 상황이 됐다.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다가 냉장고 겉면과 부딪혔는데 반찬통은 멀쩡하고 냉장고 강화유리만 산산조각이 난 것.
500만원 이상 고가 제품이기 때문에 10년 이상 오래 사용할 거라 생각했지만 한 달만에 황당한 사고가 발생한 셈이었다. AS센터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오히려 소비자 과실이라며 수리비 20만원을 부담해야한다고 안내했다. 황당한 윤 씨가 따지듯 묻자 직원가라며 12만6천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해당 직원은 "(냉장고) 강화유리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화유리인데 깨져서 황당하다. 하지만 규정상 유상 교체로 안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윤 씨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유리라는 설명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반찬통보다 약한 강화유리를 프리미엄 냉장고에 사용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 냉장고 강화유리, 안전기준 · 보상규정 없는 사각지대
이처럼 강화유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디자인을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신제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강화유리를 곡면으로 처리한 '커브드형 냉장고'도 나오고 있는 등 점차 진화하고 있지만 강화유리 파손에 대한 민원 보상은 제자리걸음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올해 접수된 냉장고 강화유리 파손 관련 소비자 제보건수가 20여건에 이르고 있지만 제조사들은 일시적인 포인트 충격에는 파손될 수 있다는 예외적인 부분만을 강조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충격 분산원리에 따라 전면 충격시에는 충격이 유리 전체로 분산돼 강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모서리를 비롯한 측면 부위에 가하는 충격은 분산시킬 수 있는 범위가 부족해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의사항을 구입 전에 안내 받는 경우는 전무한 것이 현실. 게다가 냉장고 강화유리는 안전기준 자체가 없어 제조사 입장에서도 보상해야 하는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도의적인 보상 이외엔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내열식기류나 전자레인지 같이 강화유리를 사용하는 일부 제품은 강화유리 기준이 있지만 냉장고는 그나마도 없는 상황.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보편적으로 다양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안전 기준을 만들겠지만 아직 접수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준도 없다"면서 "현재 강화유리 디자인 냉장고가 판매되고 있는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강화유리 냉장고 파손사고는 그동안 강화유리 관련 이슈의 중심이었던 자파사고 뿐만 아니라 작은 충격에도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제조사 스스로도 인정한 결과여서 냉장고 구입 시 위와 같은 예외적인 부분들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강화유리 냉장고 파손사고 시 위해성 여부 뿐만 아니라 수 십만원이 넘어가는 문짝 교체비용도 그대로 소비자가 부담해야해 이중고를 겪게 된다"면서 "강화유리 판매시 파손 위험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