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홍콩법인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글로벌 IB(투자은행)와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던 국내 증권사 홍콩법인 7개 가운데 5곳이 순이익을 크게 늘리거나 흑자전환하며 성장가능성을 높였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홍콩법인 7곳 중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 삼성증권(대표 구성훈), 신한금융투자(대표 김형진), 대신증권(대표 나재철) 등 6개사가 전년보다 순이익을 늘렸다.
기존 브로커리지 위주 단순 영업에서 자기자본 투자(PI)와 기업금융(IB) 등으로 수익다각화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홍콩법인에서만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한 316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 순이익으로는 가장 많은 금액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기존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던 브로커리지 뿐만 아니라 PI와 IB 부문에서도 실적을 견인하는 등 전반적으로 홍콩법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면서 수익 다변화에 성공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은 PI 투자에서는 부동산과 항공기를 비롯해 실물자산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본사와 해외 현지법인간 협업에 따른 공통투자도 진행하는 등 홍콩법인이 해외 부문에 있어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파생상품 라이선스도 취득하면서 경쟁력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홍콩법인이 사실상 전 해외법인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홍콩법인 자회사로는 수익성이 높은 베트남과 브라질 법인 그리고 최근 영업을 시작한 인도법인도 홍콩법인의 자회사에 속해있다. 다만 자회사들간 지분법 인식을 하지 않아 홍콩법인의 실적에는 자회사 실적이 연결되지 않는다.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 홍콩 비상근 회장에 취임해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어 향후 홍콩법인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법인 실적 상승은 기존 브로커리지와 더불어 PI부문과 IB부문에서도 성과를 거두는 등 전반적으로 고른 성장이 이어진 결과"라면서 "홍콩법인의 자회사 청산과정 중에서 들어온 비경상이익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도 지난해 주목할만한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 홍콩법인 순이익은 전년 대비 41.1% 증가한 100억8900만 원으로 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10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홍콩법인 실적은 지난 2015년 43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71억5200만 원으로 수직상승했고 지난해 연간 순이익 100억 원을 돌파하면서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미래에셋대우와 마찬가지로 브로커리지에 의존하는 과거와 달리 해외채권이나 IB에 중점을 두면서 수익 다각화에 나선 점이 주요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부터 글로벌 전략을 국내 고객의 해외투자 확대수요를 지원하는 '아웃바운드 비즈니스' 중심의 사업구조 중심으로 전환했는데 그 결과 외국기관의 한국주식중개 중심의 홍콩 현지법인의 비즈니스를 국내고객을 위한 해외채권 중개 및 해외대체투자상품 공급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해외채권 중개금액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특히 홍콩법인은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도 해외자산운용 거점으로 삼고 은행과 보험 계열사 진출을 통해 CIB 역량 확대도 기대하고 있어 향후 홍콩법인이 핵심 해외법인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다.
반면 KB증권(대표 윤경은·전병조)은 지난해 홍콩법인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B증권 홍콩법인의 적자폭은 1년 새 3배 이상 급증하면서 지난해 약 69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홍콩법인은 과거 현대증권 시절부터 수 년째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KB증권은 지난해 IB와 채권사업 확장을 위해 홍콩법인에 90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KB금융 차원에서도 홍콩에서 은행-증권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준비하면서 홍콩법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KB증권 홍콩현지법인과 KB국민은행 홍콩지점의 사무공간을 통합해 물리적 통합에도 나서는 등 홍콩법인을 아시아권 비즈니스 및 CIB 거점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과거 손익조정 과정에서 이연된 손실액 반영으로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다만 홍콩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 및 비즈니스 모델 다양화를 통해 지난해 4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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