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배당사고 여파로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신규사업 인가에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모든 증권사들의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사를 예고하며 감독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단기금융업 인가를 비롯한 각종 인가작업에서 강도 높은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최대 관심사는 발행어음업 개시를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다.
현재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초대형 IB(투자은행)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게 발행어음 영업을 하고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이 금융당국 심사 과정이며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조사,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으로 인해 심사가 중단됐다. KB증권은 통합 전 현대증권의 불법 자전거래 관련 징계로 올해 초 심사를 철회했다.
우선 NH투자증권에 대한 금감원의 단기금융업 인가 관련 검사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인해 전체 심사가 지연됐지만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의혹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되면서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검사도 문제없이 마무리됐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NH투자증권에 대한 심사는 3월 말에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승인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왔다"며 향후 일정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상정 등 절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NH투자증권에 대한 심사는 이미 수 개월 전부터 진행됐고 금감원 심사는 지난 달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배당사고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향후 증선위 상정을 비롯한 후속 과정이 있지만 큰 결격 사유가 없어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머지 3개 증권사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더불어 이번 사고로 당분간 인가가 어려워진 삼성증권을 제외한 2개사는 금융당국의 향방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KB증권은 구 현대증권이 2016년 5월에 받은 불법 자전거래로 인한 영업정지 조치로 2년 간 금융당국 인가가 필요한 사업 진출이 불가능했지만 다음 달이면 2년이 지나 단기금융업 심사 자격을 갖춘다. 금융당국 입장을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단기금융업 인가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인해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조만간 발표될 조사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다만 지난 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성실히 받고 있고 미래에셋이 경영을 잘했다는 평가도 들리고 있어 조만간 조사 결과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배당사고 이후 금융당국의 눈높이가 대폭 높아진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김기식 금감원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남의 집 사고났다고 보지 마시고 자본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 불신도 있다는 점에서 철저히 점검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한다"며 업계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당국이 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져갈 가능성은 높아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배당사고를 비롯해 금융당국의 시각으로 보면 단기금융업 인가를 비롯해 증권사들이 당분간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방법 밖에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