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단독으로 농협금융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그가 앞으로 어떤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보여줄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부처와 금융당국을 거친 금융전문가이자 농협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떨어지는 농협금융의 체질개선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19일 만장일치로 김광수 후보자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오는 25일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단독 회장후보에 오를 경우 별다른 일이 없으면 차기 회장에 그대로 선출된다. 농협금융의 회장임기는 2년으로 2020년 4월 말까지 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김광수 내정자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금융정책과 관련된 핵심부서를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서, 최근 금융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핀테크,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등 금융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력과 식견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당시 농협과 인연을 맺어 농협문화와 조직, 농협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김광수 내정자의 행시 4기수 선배다. 김용환 회장은 3연임에 도전했지만 김광수 내정자의 도전사실을 알고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 회장은 "능력 있고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이 최종후보에 포함된 것을 보고 용퇴를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협금융은 과거 분기적자를 시현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2017년 8598억 원의 순이익 올리는 등 실적이 대폭 개선되며 현재 농협금융 전성시대가 열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부임되는 김광수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도 몹시 크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 역시 산적해 있다.
우선 5대 금융지주별 순이익이 가장 뒤쳐진다. 자산규모로는 농협금융이 4위지만 5위인 우리은행에 비해 순이익에서 차이가 나므로 자산규모 순위도 조만간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공공금융 부문에서 언제나 우위에 서있기 힘든 만큼 타은행 대비 열악한 점포별 예산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농협금융은 2020년까지 순이익을 1조65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협은행은 전국에 1162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타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는 것과 달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유지하는 점은 금융 소외계층 배려라는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비용축소에서 뒤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만큼 차기 회장의 변화도 예상된다.
농협금융은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5.8%다. 은행 쏠림현상을 극복하고 순이익 극대화를 위해 비은행 부문의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업이익은 줄어도 브랜드사용료가 늘어나는 기준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타 금융지주들은 브랜드 사용료를 징수하는데 오히려 농협은 브랜드 사용료를 매년 수천억원씩 지급 중이다.
명칭사용료란 농업인 지원을 위해 지주의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매 분기 초에 납부하는 분담금 성격의 브랜드 사용료다. 농협금융은 2017년 명칭사용료로만 4067억 원을 냈다.
이 외에도 20~30대 신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면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도 만들어야 하고, 해외사업 확대와 비은행 사업 강화, 디지털 확대 등 타 은행들처럼 공통적으로 해야할 일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에서 농협중앙회에 내는 브랜드 사용료는 사실 농협중앙회의 농협지원 사업비에 쓰이기 때문에 농협의 존재목적인 농업 지원 측면에서 계속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며 "다만 이러한 비용을 지원하면서 타 금융지주와의 격차 해소를 위해 실적과 순이익 증대, 비은행 사업 및 디지털 강화 등의 과제를 차기 회장이 힘있게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회장후보 내정자가 현재 향후 비전을 열심히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30일 경 취임사를 통해 보다 구체적 얘기들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