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소비자시민모임이 개최한 ‘소비자 친화적인 금융소비자 피해구제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허유경 변호사(소비자시민모임 금융전문위원)가 이 같은 주제로 발표했다.
허 변호사는 먼저 신용카드사가 부수 업무로 채무면제·유예상품를 판매하다가 발생한 불완전판매 사례를 제시했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이란 신용카드사가 미리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는 대신 사망·질병 등 사고가 발생하면 신용카드 채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유료 부가상품이다. 기능상으론 보험과 유사하지만 보험상품으로 정의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상품은 ‘총 채무액에 일정비율 수수료를 곱한 금액’을 수수료로 부과한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리볼빙 잔액, 할부잔액도 모두 수수료로 산정된다. 한 마디로 총 채무액이 증가할수록 납부 수수료액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하지만 채무면제·유예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텔레마케팅 상담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상품 가입을 권유하면서 ‘몇백원에서 몇천원의 소액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고만 안내하는 실정이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민원이 늘자 지난 2016년 신용카드사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고객 약 65만 명에게 수수료를 환급하도록 지도했다. 채무면제·유예상품 신규 판매도 중지됐다. 다만 관련법상 제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서 카드사의 자발적 협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감사원도 금감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소비자 피해구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표본추출 검사한 녹취록 700건이 모두 불완전판매 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 미인지’, ‘무료로 오인’ 등 사유로 해지하거나 민원을 제기한 65만 명 외에도 해지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220만 명의 고객들도 수수료 환급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고객에게 불완전판매 사실을 안내해서 수수료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의 소비자보호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7개 전업 카드사에는 지난 3월 기준 약 215만 명의 고객이 채무면제·유예상품에 가입된 상태다.
허 변호사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7개 신용카드사가 텔레마케팅 방식으로 위탁판매한 저축성보험 불완전판매 사례도 제시했다.
당시 카드사들은 보험사가 제공한 표준상품설명대본이 아닌 상담용 상품설명대본을 임의로 작성했다. 이를테면 보험이 아닌 은행의 적립식 저축상품으로 안내하거나 비과세 복리상품임을 강조하면서 중도해지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은 안내하지 않는 식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검사기간 동안 약 3000건을 무작위 추출해서 확인한 결과 98.3%가 불완전판매 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불완전판매로 확인된 9만6000건의 납입보험료 환급절차를 안내하도록 지도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검사기간 전에 체결된 계약과 월 납입보험료가 10만 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계약들도 피해구제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관련 안내장을 보험협회, 각 보험사 사이트 등에 게시해서 소비자가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허 변호사는 “이처럼 텔레마케팅을 이용한 거래는 소비자들이 기본적인 내용은커녕 금융계약인지도 모른 채로 가입하게 된다”면서 “피해금액이 소액일수록 소비자가 복합한 배상청구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고, 감독당국도 피해구제에 소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 변호사는 ▲별도 금융분쟁조정기구 설치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 ▲징벌적배상 제도 도입 ▲집단분쟁조정 제도 도입 ▲집단소송 제도 확대 ▲입증책임 전환 등을 소비자 친화적인 피해구제 방안으로 제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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