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15% 안팎에서 좀처럼 뜨지 않고 있고 '파괴력'을 기대해온 BBK 수사도 정작 정 후보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늘어난 부동층의 시선은 여전히 보수진영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버팀목이 돼야 할 당 소속 의원들과 지역조직에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만 있고 당은 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마저 나돈다.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외부영입 작업은 거의 감감 무소식이다.
특히 돌파구로 여겨온 민주당과의 세력통합이 좌초위기를 맞으면서 정 후보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듯한 양상이다. 당의 대선후보가 직접 서명한 합의사항이 당내에서 노골적으로 '비토'당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정 후보로서는 단순히 체면을 구기는 차원을 넘어 치명적 수준의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후보가 이처럼 딜레마적 국면에 처한 원인은 무엇보다도 지지율 정체로 볼 수 있다. 답답할 정도로 지지도가 오르지 않다 보니 후보 중심의 구심력이 형성되지 못하고 안팎의 지원움직임도 약화되면서 지지율이 정체, 속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후보 자체의 개인 경쟁력 보다는 근본적으로 범여권 진영 자체의 '디스카운트' 효과가 문제라는 게 중론이지만 당내 계파들을 제대로 아우르지 못하는 정 후보의 리더십과 당 장악력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민주당과의 합당선언 이후 당내의 정치적 합의를 힘있게 끌어내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 만연한 '패배주의'와 대선보다도 총선을 더 의식한 신당 내부의 비협조적 태도가 더 큰 문제라는 비판론도 대두되고 있다.
정 후보가 사전 공론화 없이 서둘러 합당 프로세스를 밀어붙인 측면도 있지만 친노그룹과 일부 386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협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사실상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협상의 판 자체가 깨지는 위기로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신당 주변의 한 관계자는 "후보는 후보고, 당은 당이라고 말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이는 2002년때의 '후단협'보다도 더 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상황이 비관적이지 만은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정 후보의 위기는 자칫 진보.개혁진영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범여권 내부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역설적으로 통합과 단일화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특히 정 후보가 당면한 민주당과의 통합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내느냐에 따라 국면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민주당과의 합당이 단기적으로 큰 시너지 효과를 주지 않지만 전통적 지지층을 결속해내고 외연을 확대해가는 '나비효과'는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후보 단일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달라진다"며 "오늘 내일 사이에 완전히 이뤄내면 된다"고 말하고 "필사의 각오로 하면 필생의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정대철(총괄) 김한길(전략) 정세균(정책) 이용희(조직) 의원을 추가로 선대위원장에 임명하고 선대위를 상근체제로 바꿔 선대위 내부조직을 추스르는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여의치는 않지만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가 민주당과의 통합과 맞물려 성사된다면 범여권 지지기반에 미치는 '플러스 알파'의 심리적 효과가 간단치 않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정 후보로서는 연립정부 구성을 포함하는 '통 큰' 의제제시와 대승적 양보의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후보등록 이전에 단일화의 '틀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통합과 단일화가 우여곡절끝에 성공한다면 후보등록일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캠프측의 설명이다. 한 의원은 "후보등록 이전까지 정 후보로서는 가장 긴 일주일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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