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에리카 김이 BBK 정국의 마지막 뇌관으로, 이 후보의 BBK 실소유 의혹을 풀어 줄 '이면계약서'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서류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아울러 에리카 김이 공개할 이면계약서가 어떤 것인지를 포함, 미국 현지의 동향을 파악하는데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동안 "이면계약서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해 온 한나라당이 이처럼 에리카 김의 기자회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서다.
당 지도부도 한때 이 후보와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에리카 김이 사실상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그의 폭로 내용이 막바지 검찰 수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사태추이를 주시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이면계약서는 절대 없다"며 거듭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에리카 김이 어떤 문건을 공개할 지 모르지만 그것은 100% 위조된 것으로, 충분히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전날 방송기자클럽초청토론회에서 "이면계약서가 있었다면 김경준이 지난 3년 반 동안 귀국하지 않으려고 했겠느냐. 이면계약서는 없다"고 분명히 한 바 있다.
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경준과 그의 누나가 자꾸 무슨 이면계약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다 거짓말이고 허위"라고 일축하면서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위조전문 남매의 장외 역할분담 사기행각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놀랄 일도 아니다"면서 "동생과 같이 사기-위조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에리카 김이 동생의 장내 사기가 잘 통하지 않을 경우 장외에서 여론 호도용 무차별 폭로를 취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됐다"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에 대해서는 "김경준과 공범관계로 사법처리 대상이다", "유죄를 인정받고 형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를 '신뢰하지 못할 인물'로 못박았다.
그는 또 "'김경준=가해자', '이명박=피해자'라는 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이면합의는 맺은 적이 없고 이면계약서란 존재할 수 없다. 자신들이 검찰에 제출한 이면계약서의 진위에 자신이 있다면 왜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에서 공개하겠느냐"고 따졌다.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범죄자의 입에 보도가 좌우됐던 2002년 일부 언론의 잘못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각별한 유의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 이면계약서 존재 사실을 부인하면서 "다 끝난 사건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본 계약서 공개 여부에 대해선 "분명 갖고 있지만 검찰도 뭘 갖고 있는지 공개를 안했다. 굳이 제시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선 '혹시 뭐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후보도 그렇고 측근들도 그렇고 모두가 '자신있다'고 말하는데 괜히 찜찜한 구석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고, 다른 당직자는 "일단 에리카 김의 폭로내용을 지켜본 뒤 대책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에리카 김 기자회견을 고리로 이 후보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는 범여권에 대해서도 '맞불'을 놨다.
박형준 대변인은 "검찰 등에 의해 김경준의 사기 행각이 밝혀졌는데도 심각한 양심불량증에 걸린 국정실패세력이 이를 애써 외면하고 '정치공작'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면서 "검찰이 곧 진실을 밝히면 '한 방'에 갈 대상은 다름 아닌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라고 일갈했다.
홍준표 의원은 "사기꾼의 위조 문서에 매달려 대선을 치르려고 하는데 참으로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선축하금 특검법' 관철을 거듭 요구하며 범여권과 청와대를 압박했다. 그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삼성비자금 중 '검사 떡값'은 소액에 불과하고 본체는 대선자금과 잔금, 당선축하금 의혹일 수밖에 없다"면서 "김용철 변호사는 당선축하금에 관한 자료가 있다면 즉시 공개하고, 사실 여부를 답변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후보측은 '다스의 BBK 투자금이 도곡동땅 매각대금'이라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다스 투자금의 정확한 출처가 담긴 자료를 이르면 이날 중 검찰에 제출키로 했다. 이 후보측은 앞서 '문제의 마프 펀드를 김경준씨가 혼자 운영했다'는 점 등을 입증하는 반박자료도 제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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