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차세대 의료장비 원천기술 기업인 '나노엑스'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SKT는 국내외 독점 사업권을 확보해 한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ICT 및 첨단 기술로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양사 철학이 맞닿아 있다"며 "차세대 의료 기술과 5G, AI를 융합한 결과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기반 디지털 X-ray는 필라멘트 기반 아날로그 방식의 X-Ray 촬영을 반도체의 나노 특성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꾼 차세대 의료 장비 기술이다.
SKT에 따르면 나노엑스는 반도체 기반 디지털 X-ray 발생기 상용화·양산에 근접한 유일한 기업이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기업인 후지필름, 폭스콘, 요즈마그룹 등 유력 투자사가 나노엑스에 투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나노엑스의 기술 잠재력·혁신성을 확인하고 초기 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나스닥 기업공개 사전투자(Pre-IPO)에 참여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으며 누적 투자액은 2300만 달러(약 282억 원)다.
◆ CT 촬영비 감소 "의료 부담 덜어"
X-ray 촬영 기기는 대개 구리, 텅스텐 등으로 구성된 필라멘트를 최고 2000℃로 가열해 전자를 생성한다. 이를 빠르게 회전하는 애노드로 쏘아 보내 X-ray를 발생시킨 뒤 일정 시간 피사체에 노출시켜 결과물을 만든다.
나노엑스의 디지털 X-ray는 손톱 크기의 실리콘 반도체를 이용한다. 반도체 속 약 1억 개의 나노 전자방출기를 디지털 신호로 제어해 찰나에 전자를 생성하고 X-ray로 전환해 촬영한다. 필라멘트를 가열하거나 애노드를 빠르게 회전시키는 단계가 없다.
나노엑스는 '디지털 X-ray·CT 기반 차세대 영상촬영 기기'(Nanox.ARC)를 개발해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절차와 제품 양산 준비를 진행 중이다.
SKT에 따르면, 기기는 아날로그 제품보다 더 선명한 화질을 보이면서 최대 30배 빠른 속도로 촬영한다. 방사능 노출 시간을 30분의 1로 줄이는데 가슴을 누르는 통증 없는 비접촉 X-ray 촬영도 가능하다.
특히 1회 촬영당 비용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소형 의원이나 의료 부담이 큰 국가에서 사용할 경우 X-Ray·CT 촬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기존 X-ray 촬영 장비의 대형 냉각 장치가 필요 없어 기존 1톤 무게의 장비를 200Kg 수준으로 경량화할 수 있다. 병원 내부 등 특수 환경에서만 설치가 가능한 X-ray·CT 촬영 장비를 앰뷸런스, 간이 진료소에 설치할 수 있게 된다.
◆ SKT "디지털 X-ray 기반 차세대 서비스 구상 중"
SKT는 SK하이닉스, ADT캡스, 인바이츠헬스케어 등 ICT패밀리사와 함께 디지털 X-ray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의료·보안·산업용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장비를 앰뷸런스에 탑재한 뒤 5G 및 클라우드와 연동하면 환자 이송 중 응급의료팀·원내 전문의가 고품질의 X-Ray·CT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게 가능해진다. SKT는 "골든타임 내 응급 영상 촬영이 필수적인 뇌졸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항, 전시장, 공연장, 경기장 등에도 3D X-ray 보안 기기를 간편하고 넓은 범위에 설치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의 X-ray 활용 품질 검사 ▶반려동물용 영상진단기기 시장 등도 디지털 X-ray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다.
SKT는 나노엑스 지분 투자 외 사업도 직접 나선다. SK텔레콤은 나노엑스로부터 한국·베트남 내 차세대 영상촬영기기의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향후 해당 국가의 사용 허가 절차를 거쳐 기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양사는 차세대 장비의 글로벌 생산 기지로 한국을 논의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첨단 바이오 회사와의 협력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나노엑스의 반도체 FAB이 한국에 건설되면 차세대 의료 사업 개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란 폴리아킨 나노엑스 CEO는 "수 년간 연구한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강력한 동반자를 얻게 돼 기쁘다"며 "누구나 의료 장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을 줄인다는 비전을 SK텔레콤과 함께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