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으로 '국내 최고'에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으나 최근 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부정.비리 의혹 폭로 사태로 큰 위기를 맞았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제기한 김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에 대한 국민 불신은 과거 어느때보다 높으나 각종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되고 있는 이 회장의 20년 경영성과는 평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 '위기'의 20주년 = 지난달 김 변호사의 의혹제기가 약 한달만에 삼성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으로 이어지면서 삼성은 지난 87년 이 회장 취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후 연내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특검의 수사 대상은 비자금, 로비, 경영권 승계 등 크게 3가지 분야로, 삼성을 크게 흔들 수 있는 폭발력있는 사안들이다.
삼성은 이 회장 취임 후 이른바 '베이징 발언', 'IMF 사태', 2002년 대선 자금 수사, 안기부 'X파일' 사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사건 등 적지 않은 위기를 겪었으나 이번만큼 심각한 국민 불신 앞에 직면하지는 않았다.
김 변호사가 비자금, 로비, 경영권 승계 등 그동안 재벌 그룹들에 쏠렸던 의혹을 총체적으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거센 국민 의혹과 불신 앞에서 별다른 대책없이 "성실히 수사에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삼성이 검찰 수사 및 특검수사를 수개월씩 받고 이 회장이 소환조사를 당할 경우 명예 실추, 신인도 추락 등으로 글로벌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 회장의 성과가 김 변호사의 폭로와 검찰 수사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삼성 내부에는 검찰 수사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절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타계로 1987년 삼성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이 회장의 20년 경영성과는 삼성의 '글로벌화' '세계 일류화'라고 압축할 수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이 취임하기 전에도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 기업이었으나 세계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혁신과 '품질중시 경영'으로 대표되는 신경영,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선택과 집중'의 구조조정으로 글로벌화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1987년 취임후 '자율경영', '기술중시', '인간존중'을 축으로 하는 제2창업을 선언하고, '21세기 초일류기업 달성'이라는 비전과 '조(兆) 단위 순이익 실현'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실현 불가능한 선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됐던 이 약속을 20년이 지난 지금 이 회장은 지킨 셈이다.
삼성은 반도체, TFT-LCD, 휴대전화, 모니터 등의 세계 1등 제품을 탄생시켰으며, 브랜드가치도 2007년 169억 달러로 세계 2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2002년에는 시가총액 면에서, 2005년에는 브랜드가치 면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소니를 앞지름으로써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 결과 삼성의 매출액은 이 회장 취임 당시인 1987년과 비교할 때 17조원에서 152조원으로 8.9배 성장했으며 2천700억원에 불과하던 세전이익은 14조2천억원으로 52.6배 성장했다.
이 시기에 삼성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140조원으로 140배, 수출은 9억달러에서 663억달러로 73.7배 증가했으며, 해외직원을 포함한 임직원수는 16만명에서 25만명으로 1.7배 증가했다.
삼성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8%, 시가총액은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20%,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 미래 전략은? = 삼성은 그 동안 반도체, 휴대전화, LCD 등 전자 부문의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삼성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미래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1993년 「신경영 선언」 때와 같이 다시 한번 「창조적 혁신과 도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은 △우수인재의 확보 △창조경영의 실천, △디자인, 브랜드 등의 소프트 경쟁력 확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수종사업 발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국제시황에 민감한 현재의 전자 중심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선진국의 견제와 후발 개도국의 추격 사이에 낀 '샌드위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5-10년 후를 보장할 수 있는 신수종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기존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미래를 대비한 신성장동력을 새로 발굴함으로써, 건실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선순환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정착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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