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워크는 Y&Kei, Hanni Y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여성복 업체 오브제[08680]를 인수ㆍ합병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데코'와 '텔레그라프', '아나카프리' 등 5개 여성 캐릭터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코[013650]는 2003년에 'EnC' 등 4개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를 가진 네티션닷컴[017680]은 작년에 각각 이랜드 그룹에 편입됐으며 구호는 2003년 제일모직에 인수됐다.
이밖에 '톰보이'와 '타임'과 '마인', '시스템' 등 유명 브랜드로 여성복 분야의 강자로 인식돼 온 ㈜한섬을 둘러싸고도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해외 브랜드 공세에 경쟁력 상실 = 이처럼 중견 의류업체가 잇따라 대기업에 합병되는 추세는 디자인이나 인지도 면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글로벌 의류브랜드의 수입과도 맞물려있다.
해외 브랜드의 수입은 특히 압도적인 유통력과 마케팅 능력을 지닌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중견 업체로서는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 패션 동향과 브랜드 정보를 발빠르게 접하는 소비자들이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도 국내 의류업체의 입지를 좁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독창성 없는 디자인..높은 가격도 문제 = 창의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려는 의지 없이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베끼는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수의 여성복 업체에서도 '샘플'이라는 명목 하에 해외 유명 브랜드 신상품을 모아놓고 거의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외국 제품을 뜯어서 옷본까지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피 제품'을 위주로 신상품이 나오다 보니 특정 디자인이 유행하면 국내 의류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비슷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일이 시즌마다 반복되고, 이같은 기업의 안이한 대응에 소비자들은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격도 문제다. 일부 국내 브랜드들의 경우 특징 없는 상품을 수십-수백만원대의 명품 수준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
중견 의류업체에 근무하는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수수료 등 유통과정에서 가격상승요인이 발생하긴 하지만 '비싸야 잘 팔린다'는 인식에 따른 고급화 전략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업을 일으킨 1세대들이 은퇴할 시기가 됐지만 회사를 이어받을 2세나 전문 경영인이 없다는 점도 중견 패션업체들의 잇단 M&A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 찾아야 = 중견 패션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그동안의 구태에서 벗어나 고유한 개성을 지닌 브랜드를 발굴해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의류 시장이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와 유행에 민감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공하는 브랜드로 점차 양분되고 있는데 어중간한 수준의 가격과 획일적인 디자인으로는 해외 브랜드를 당해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견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장점을 살려 국내 소비자 동향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감각적이면서도 한국인 체형에 맞는 제품을 발빠르게 상품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패션업체들이 대기업에 흡수되는 것은 자본력에 따른 양극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왜곡된 시장 구조에 안주해온 결과로도 볼 수 있다"며 "체계적인 투자와 인재 육성, 경쟁력 있는 제품 등으로 대기업이나 해외브랜드가 손대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개척한다면 중견기업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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