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현장검증은 피의자 권모(58) 씨가 사고로 숨진 서모(33) 씨와 함께 채석장 사무실 맞은편 식당에서 나오는 것으로 시작해 사고 현장까지 권 씨의 이동 경로에 따라 이뤄졌다.
◇ 현장검증을 통해 재구성한 사고상황 = 사고 당일인 28일 오전 7시 10분께 권 씨는 서 씨와 함께 식사를 한 뒤 식당을 나서 함께 굴착기가 서 있던 작은 공터까지 200m 가량의 경사로를 함께 걸어갔다.
권 씨는 이곳에서 만난 화약주임 김모(70) 씨와 함께 발파장소까지 300m 가량을 걸어갔고 굴찰기 기사인 서 씨는 반원 모양으로 움푹 패인 채석장의 좁은 갓길로 굴착기를 직접 조종해 이들을 뒤따랐다.
발파장소에 들어가기 직전, 직선거리 8m 정도의 공터에 다다랐을 때 서 씨는 권 씨의 유압 드릴 중장비가 발파장소에서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 채석장 바깥쪽에 굴착기를 세워둔 채 내렸다.
걸어서 먼저 발파장소로 갔던 권 씨는 유압드릴 중장비를 운전해 서서히 후진했고 서 씨는 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권 씨는 서 씨가 서 있던 장소에 있던 암석과 굴착기 사이로 후진하다 암석에서 20cm 정도 떨어졌을 때 암석을 피하기 위해 장비 상체를 바깥쪽으로 틀었고 그 사이 서 씨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알았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장비와 암석 사이로 몸을 피하려는 순간 권 씨가 장비의 상체를 틀면서 서 씨의 몸이 암석과 장비 사이에 낀 것으로 추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황급히 장비를 전진시키고 내린 권 씨는 쓰러진 서 씨의 작업복 상의 왼쪽 가슴 쪽에 붙은 불을 다급하게 손으로 털어 끈 뒤 발파장소에 있던 김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때 서 씨의 휴대전화는 배터리 부분이 녹아 본체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
김 씨는 안전관리책임자 안모(51) 씨 등 회사 동료를 불러 채석장 입구의 사무실까지 서 씨를 업고 간 뒤 사무실에서 119로 사고 신고를 하고 회사 차량을 이용해 서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서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담담하게 상황 재연한 권 씨 = 피의자 권 씨는 지난 1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갑 없이 모자만 쓴 채 현장검증에 임했다.
현장검증이 시작된 직후 권 씨는 경찰 관계자의 사적인 질문에 곧잘 대답하는 등 시종 여유있고 담담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서 사망 경위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자 권 씨의 표정은 이내 긴장으로 굳어졌으며 현장검증을 책임진 경관이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자 권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는 모습도 보였다.
현장 검증을 함께 지켜본 서 씨 유족은 권 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해 보이자 "말도 안돼"라며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 씨를 치고 나서 동료가 서 씨를 업고 채석장 입구까지 가는 동안 무엇을 했냐"는 경찰의 질문에 권 씨는 "장비에 있던 화약 3개(3kg)를 꺼내 발파장소로 가지고 갔다"고 진술했고 화약주임 김 씨는 "권 씨는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하는 등 진술이 엇갈려 참석한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또 검증이 마무리된 뒤 권 씨는 "다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폭약을 발파장소로 가지고 갈 생각을 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폭약을 장비 안에 두면 안된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날 검증에는 이번 사건을 담당한 청주 흥덕경찰서 폭력 2팀과 함께 현재 서 씨 휴대전화에 대한 감정을 진행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중부분소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검증 내용과 검증 과정에서의 권 씨 행태 등을 분석한 뒤 휴대전화 감정에 참작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현장 검증은 피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진행됐다"며 "이번 검증을 통해 무성한 추측을 낳았던 서씨의 사망경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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