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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금융 약관에 시정명령 내린다?...약관법 개정안 발의에 보험업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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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금융 약관에 시정명령 내린다?...약관법 개정안 발의에 보험업계 긴장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0.12.0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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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글씨와 모호하고 복잡한 용어 사용으로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보험 약관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약관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약관법 개정안으로 인해 금융당국이 기준 미달이 되는 약관에 대해 ‘시정 명령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약관 이용 가이드북을 통해 보험 상품 약관을 관리하고 1년에 2번씩 보험약관을 평가해 미흡한 곳을 지적하는 수준이었다.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약관 개선 시정 '권고'가 내려질 경우 ▶가독성 심사 대상이 해당 보험사뿐 아니라 전 보험사의 관련 전체 상품으로 확대되는데다가 ▶사실상 강제성을 띄기 때문에 금융사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약관에 대한 가독성 심사를 하고 위반 시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약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홍성국 의원과 더불어 21명의 국회의원들이 가독성이 떨어지는 약관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거래 내용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없다는데 동의해 뜻을 모은 것이다. 

약관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알기 쉬운 약관’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약관 가독성 심사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사 결과 기준 미달이 되면 약관 내용 수정 등 시정 조치를 권고할 수도 있다. 

시정 조치가 내려지면 특정 약관뿐 아니라 다른 사업자 역시 특정 단어나 표현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단어, 표현 등을 금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홍 의원은 “국정과제 목표 중 하나인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서 소비자 중심의 약관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약관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고 명확하게 표시해 소비자가 거래 내용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약관을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약관은 내용이 방대하고 글자 크기가 작은데다가 복잡한 용어들로 기술돼 있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보험 상품은 약관을 보고 계약한 후 보험료를 지불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는 구조인데, 핵심인 약관의 가독성이 떨어져 가입자와 보험사간 갈등이 꾸준히 있어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출시 상품부터 소비자가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보험약관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고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림이나 표, 그래프 등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약관 요약서를 한눈에 이해하기 쉽게 바꾼 것이다.

내년 1월부터는 보험사들이 전 상품에 대해 시각화된 약관이용 가이드북 및 약관 요약서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금융당국은 보험개발원과 함께 보험 약관 이해도 평가를 통해 각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를 확인하고 있다.

전체 상품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고 변액보험과 자동차보험, 제3보험과 정기손해보험(상해제외), 정기종신보험과 장기손해보험(상해), 연금생사혼합보험과 일반손해보험으로 나눠 ‘신규계약건수’가 가장 많은 상품 1개를 골라 약관을 평가하는 식이다.

올 4월에 공시된 제19차 보험 약관 평가에서는 생보사 가운데 메트라이프생명 ‘무배당 변액연금보험 동행’이 50점대로 미흡을 받았으며 손보사는 AXA손해보험 ‘다이렉트개인용자동차보험’이 미흡했다.

다만 보험 약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도 시정 요구는 할 수 없어 보험사 자율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약관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비자 중심으로 약관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법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었던 터라 권고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기존의 문서 중심의 약관이 아닌 인포그래픽이나 동영상을 활용한 보험약관 요약 자료를 추가 제공하는 등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약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에도 보험 약관 이해도 평가에서 명확성이나 간결성 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 내부적으로 수정을 거쳐 최대한 약관에 반영하고 있다"며 "약관법은 금융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터라 개별 특성에 맞도록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타 업권이나 은행, 증권 등보다 보험 상품이 가장 복잡한 만큼 약관법이 개정될 경우 금융사 전반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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