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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이던 '자동모드'가 이젠 효자로...그냥 놔둬도 레벨 올라가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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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이던 '자동모드'가 이젠 효자로...그냥 놔둬도 레벨 올라가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1.02.0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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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M'를 출시 첫날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즐겨온 이른바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크지만 회사 일과 두 자녀의 육아까지 병행하는 처지다 보니 평소 게임 시 24시간 자동전투 모드를 애용하고 있다. 이 씨는 "24시간 사냥하지 않으면 다른 유저들에게 뒤쳐지게 된다. 랭킹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아이템·경험치 획득이 불가하다. 다만 업무와 휴식, 집안일, 수면 등으로 24시간 내내 게임을 보고 있을 시간이 없다 보니 자동사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지만 게임은 즐기고 싶은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서 '자동전투' 시스템을 도입한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의 질과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이유로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으나 이제는 작은 화면과 터치 인터페이스의 한계에 직면해 있는 모바일 RPG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리니지M 자동전투 실행 화면(자료: 엔씨소프트 '리니지M' 공식 커뮤니티)
▲리니지M 자동전투 실행 화면(출처: 엔씨소프트 '리니지M' 공식 커뮤니티)
실제 지난 1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국내 매출 10위 내 게임들 중  애플 앱스토어에는 7개 게임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는 8개 게임이 방치형이거나 자동전투 시스템을 도입한 RPG 장르였다.
 
△넥슨(대표 이정헌) '바람의나라: 연'곽 '메이플스토리M', 'V4'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리니지M'과 '리니지2M' △넷마블(대표 권영식·이승원) '세븐나이츠2'와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엔픽셀(대표 배봉건·정현호) '그랑사가' △웹젠(대표 김태영) 'R2M' △4399 코리아(대표 따이샤오펑) '기적의 검' 등이다.
 
이들 게임의 양대 앱마켓 합산 매출 10위 내 점유율은 75%에 달한다. 이 중 기적의 검은 자동전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방치형 RPG'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 랭킹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동전투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단조롭고 반복적인 전투와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보조' 장치로 모바일 RPG 장르에서 주로 도입되고 있다. 자동을 전면에 도입한 방치형과는 다른 개념으로 쓰인다.
 
모바일 RPG 개발사들은 유저 개입 요소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단조롭고 반복적인 요소에 자동전투를 적용해 불필요한 노동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직장과 육아, 수면 등으로 게임할 시간은 없지만 금전적 여유가 있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방치형 모바일 게임은 일부에만 도입되는 자동 개념을 게임 전면에 도입한 것으로 클리커 게임(Clicker Game)으로도 불린다. 특별한 조작 없이도 알아서 게임이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최소한의 조작으로 자동전투뿐 아니라 사냥을 통한 아이템·경험치 획득, 캐릭터 성장 등 모든 부문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대표 방치형 모바일 게임은 중국 게임사 4399 코리아에서 개발한 '기적의 검'이다. 기적의 검은 MMO가 아닌 방치형 RPG로 오랜 기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려왔다.
 
'기적의 검'은 퀘스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이동부터 사냥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쉽게 레벨을 올려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RPG 장르를 선호하는 바쁜 직장인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적의 검 매출 순위는 게임은 하고 싶지만 할 시간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상당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직장인, 학생 등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특별한 조작 없이 게임이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라비티(대표 박현철)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싱가폴에 이어 지난해 12월 태국·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선보인 방치형 MMORPG '더 라비린스 오브 라그나로크'도 론칭 전 진행한 사전예약에서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글로벌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네오조이(대표 이장)가 지난 22일에 선보인 방치형 RPG '아이들 엔젤: 여신 전쟁'은 출시 당일 양대 앱마켓 인기 순위에서 구글 플레이 2위, 애플 앱스토어 5위를 각각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동전투는 불법 플레이로 규정돼 엄격히 관리될 정도로 지양돼 왔으나 이제는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도입할 만큼 모바일 RPG 장르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에 이른 상황에서 롱런을 위해서는 자동모드와 같은 유저들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게임에 적극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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