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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박철완 상무 주장 살펴보니...배당성향 낮지만 재무건전성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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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박철완 상무 주장 살펴보니...배당성향 낮지만 재무건전성 문제없어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1.03.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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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상무가 배당확대와 재무건전성 강화를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박 상무가 주장하는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무제표를 근거로 살펴보면 금호석유화학의 배당성향은 박 상무의 주장처럼 대체로 낮은 편이지만, 재무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9.7%로 매우 우량하다. 과거와 비교해도 최근의 부채비율 수치는 가장 낮다. 반면 배당성향은 경쟁사 및 상장사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는 최근 특수관계를 해소하는 한편,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웹사이트를 열고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상태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금호석유화학의 금호리조트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안건 관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주총을 앞두고 연일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박 상무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주주제안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첫 단추”라며 금호석유화학의 변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왼쪽), 박철완 상무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왼쪽), 박철완 상무

박 상무는 특히 금호석유화학 낮은 배당성향과 과다한 자사주 보유를 지적하고, 계열사 상장 및 비관련 부실자산 매각 등 재무건전성 회복을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배당성향은 5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보통주 주당 1만1000원의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9년 회계연도에 주당 15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금호석유화학의 재무지표를 살펴본 결과 박 상무의 지적대로 배당성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19년 회계연도에 13.9%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2018년과 2017년은 각각 7.5%, 12.8%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 업종 경쟁사인 LG화학(대표 신학철)은 23.7%~49%, 롯데케미칼(대표 이영준)은 16%~32.1%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2019년 기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상장사 배당성향 평균(33%)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2020년 회계연도에 대한 배당을 이사회에서 검토 중에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달라 경쟁사와 배당성향 맞비교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본다”며 “2020년도 배당은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을 포함해서 이사회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00%가량 증가한 상황이라 배당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매출은 눈에 띄는 성장세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5조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의 재무전건성은 박 상무의 회복 과제 지적과 달리 2000년대 들어 가장 좋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부채비율 추이만 살펴봐도 2016년 163.1%에서 지난해 말 59.7%로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각각 115.3%, 41.3%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회사의 지급여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136.4%로 우량하다고 판단되는 100%보다 높은 수준이다. 차입금 비율도 20.8%로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30%보다 낮다.

금호석유화학의 자기주식수 비율은 18.4%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국내 500대 기업의 자기주식수 비율 평균은 3% 정도다. 자기주식은 평소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적대적 M&A 등 경영권 공격을 받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우호세력에게 매각하거나 주식교환 방식으로 의결권 부활이 가능하다.

2015년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넥슨(대표 이정헌)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넷마블(대표 권영식·이승원)과 자기주식을 교환하며 우호세력으로 만든 게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미래 성장 측면에서 자사주 소각을 언급하고 있는 박철완 상무 주장 이면에 자기주식이 박찬구 회장 자녀 세대를 위한 우회 편법 승계로 활용될 여지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사업보고서가 공시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데 재무건전성을 과제로 논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자사주 관련해서도 주주제안이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주 중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검토를 거쳐 다음 주에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편 박철완 상무는 지난 2일 주식 9550주를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10%에서 10.03%로 높였다고 4일 공시했다.

주식 매입에 따른 지분율 상승은 미미하고,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도 불가능하지만 박찬구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1월 금호석유화학과 특수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힌 박 상무는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다. 다만 박 회장과 그의 장남 박준경 전무, 장녀 박주형 상무의 지분을 합친 14.84%에는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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