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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소법 시행됐지만 소비자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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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소법 시행됐지만 소비자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3.29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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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지난 25일부터 시행됐지만 현장에서의 혼란이 여전하다.  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 불만족스럽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지난해 3월 법이 통과됐고 1년 간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혼란이 여전하다는 것은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었다. 

먼저 금융회사 의견을 들어보면 법 시행을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불만이 가득하다. 전산도 개편해야하고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교육해야하지만 시행령이 임박하게 나와 미처 준비를 못했다는 항변이다.

실제로 금소법은 지난해 3월 국회 통과 이후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시행령 등 하부규정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보완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행령과 감독규정은 금소법 시행 8일 전인 지난 17일에서야 의결됐다. 

'이렇게 행동해야합니다'라는 지침서가 너무 늦게 나와 금융회사들은 '금소법 위반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아예 상품 판매도 미루는 보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선 창구에서는 직원들이 규정에 익숙치 않다보니 간단한 예·적금 상품 가입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푸념들이 터졌다. 

과연 금융회사들의 말대로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 전까지 금융회사들에게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는 등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까?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소법이 이미 1년 전 시행 예고가 된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의 대응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소법이 지난해 3월 제정되고 이후 시행령 초안도 지난해 10월 입법예고가 되는 등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입법예고된 시행령 초안으로도 얼마든지 직원 교육이나 IT 시스템 등 금소법 시행에 대비해야했지만 금융당국 지침이나 각 금융협회에 지나치게 의존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대외적으로는 지난해부터 TF팀을 준비하고 있다고 널리 알렸지만 정작 회사 내에서는 준법감시팀이나 대외협력팀 정도가 관심을 가졌지 전사, 전직원을 무장시키는 작업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실시,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서약 등 보여주기식 행사 외에 전사 차원의 금소법 대응에 나선 금융사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선 금융회사들의 불만이 금소법에 대한 몽니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시행령 완성이 늦어진 것도 사실이고 지금도 현장에서 법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금소법 시행령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되어있는 점도 금소법이 향후 개선될 부분이 많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금소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비자들을 교육하는 역할도 소홀했다. 금감원이 가지고 있는 1사1교 금융교육 프로그램이나 금융소비자보호포털 파인 등의 채널을 통해 얼마든지 교육하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 

금융업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었던 소비자들을 위한 금소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모두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가 적었던 셈이다. 

다만 지금의 혼란 때문에 금소법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방향성은 훼손되면 안된다. 금소법 제정이 이뤄진 것도 DLF사태,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법적으로 보호해야한다는 소비자들의 강력한 열망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나타난 부작용과 불만에 매몰되지 않고 금소법이 하루 빨리 금융권 전반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 금융회사, 소비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혼란을 최소화 해야 하는데 집중해야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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