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과거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물어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리고 소비자보호 강화 일변도 정책을 펼쳐 관치 논란을 빚었던 윤석헌 전 원장과의 비교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두 금감원장 모두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목적이 다른' 관치라는 점에서 이 원장을 좀 더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 '소비자보호' 철학 있었던 윤석헌, '예측 불가능한' 이복현
지난 2018년 5월 취임했던 윤석헌 전 원장은 소비자보호 강화 일변도의 정책으로 금융권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취임 일성부터 '금융회사 전쟁론'을 꺼내든 윤 전 원장은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키코(KIKO)사태를 분쟁조정 심판대에 올리는가하면 종합검사 부활, 사모펀드 사태 관련 판매사 CEO 중징계 처분 등의 결정을 내리면서 소비자보호 시그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러나 제재 일변도의 금융감독정책이 이어지면서 위법 및 월권 논란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윤 전 원장 부임 이후 금감원 예산도 축소되면서 내부에서도 복지혜택 축소로 인한 반발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복현 원장 역시 강경 일변도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윤 전 원장처럼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점은 유사하지만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금융권 반응이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권 및 금감원 내부와의 스킨십을 통해 부드러운 리더십을 선보였지만 최근 들어 금융권에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은행 배당과 성과급, CEO 인사를 비롯해 금융회사 고유의 경영 범위에 있는 내용까지 건드리며 관치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최근 용퇴를 선언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표면적으로는 세대교체를 위한 퇴진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면에는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이 거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원장은 손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배당과 성과급 관련해서도 이 원장은 '은행 고유의 경영활동'이라면서도 계속 문제 제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이 거둬들인 이익의 3분의 1 정도는 국민 몫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 대해 다소 월권적인 태도를 취하긴 했지만 '소비자보호'라는 일관된 목표하에 있었던 윤 전 원장과 달리 이 원장에게는 금융감독에 대한 명확한 철학없이 강한 메시지만 던지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윤 전 원장은 다소 무리한 징계로 모피아 출신 금융위원장, 금융권과 트러블이 있었지만 적어도 학자로서의 소신을 밀고 가면서 금융감독 정책의 예측성은 있었다"면서 "이 원장은 자신만의 금융감독 철학이 있기보다는 '높으신 분'의 메시지를 금감원장의 입으로 전달하는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윤 전 원장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금융감독업무에 투영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관치 논란이 불거졌다면 이 원장은 철저히 계획된 정치적 메시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자본시장 관계자 역시 "윤 전 원장은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꾸준히 시장에 메시지를 보냈고 금감원장 부임 이후도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맞지 않았을 뿐 동일한 스탠스를 보였다"면서 "이 원장의 경우 급격한 금리인상 등 시장이 워낙 위급하게 돌아간 점을 감안하더라도 명확한 방향성 없이 사안에 따라 메시지가 오락가락해 혼란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회사들을 감독하는 기구의 수장으로서 피감기관의 지배구조나 주요 경영활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관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 이후 주요 금융지주 및 계열사에서 대형 불완전판매와 횡령사고 등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고 최근 불거진 금리산정 문제 역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당국이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사모펀드 사태를 비롯해 일부 하자있는 인사들에 대해 (이 원장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특정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찍어내리는 인사로 귀결된다면 심각한 관치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