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대출과 연계해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금소법에 의한 불공정영업행위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신용생명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2곳이고 그나마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해 6월에야 첫 출시해 아직 영업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은행의 경우 신한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케이뱅크 5곳만 취급하고 있다.
신용생명보험이란 사망 등의 사고로 인해 대출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보험회사가 대신 상환해주는 보험을 뜻한다.
제한적으로 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신용생명보험에 대한 수요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신용생명보험 신계약건수는 지난해말 4만98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7998건, 비율로는 78%나 늘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 관계자는 "대출 상환 부담을 느낀 차주들이 늘어 신용보험의 신계약건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2019~2020년 신계약건수가 잠시 줄었던 기간의 경우 단순 기존 제휴사와의 단체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으로 일부 파트너사들과는 단체계약 종료 후에도 여전히 계약을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와 은행이 상품 판매에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제도적 문제가 크다.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금융기관에서 대출과 연계해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할 경우 불공정영업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단체보험에서 보험료가 대출금리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될 경우 불공정영업행위의 일종인 '끼워팔기'로 규제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신용생명보험 가입 고객에게 우대금리나 대출한도 확대 등의 혜택을 제공할 경우 '특별이익제공'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이렇듯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 판매가 여의치 않아 신용생명보험의 성장이 저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승재 국민의힘 위원장은 "금리인상의 여파로 채무상환부담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채무 미상환으로 인한 빚의 대물림 문제가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신용보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꺾기규제(금융상품 강요행위) 등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용보험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꺾기와 관련해서 이슈가 있기에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동의의 뜻을 밝혔다.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개정안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2021년 윤관석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미상환액을 보상하는 신용보험 등 대출 상품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 효과가 있는 보장성 상품을 함께 권유하는 행위를 현행법의 부당권유행위에 대한 예외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가입 판단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소비자가 신용보험 상품을 권유받을 경우 보험가입을 대출 조건으로 오해하거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시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생명보험에 대한 소비자, 은행, 금융당국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규제 개선과 소비자 보호 방안이 수립되고 상품개선이 이루어져야 신용생명보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계 부채가 늘어날수록 신용보험 가입 건수는 지속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금융사들이 판매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신용보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도 많아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