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중심의 수익구조를 일찌감치 탈피하면서 증시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한 1조925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 1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82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이로써 메리츠증권은 6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지난해 증권사 순이익 1위 타이틀도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9년 5546억 원에서 2020년 5651억 원, 2021년 7829억 원에서 지난해 8000억 원을 넘기는 등 꾸준하게 우상향했다. 자기자본 역시 2019년 4조 원 대에서 지난해 5조6919억 원으로 약 3년 만에 1조5000억 원가량 늘었다.

호실적의 원인으로는 양질의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철저하게 리스크 관리를 한 덕분으로 평가된다. 이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의 경영 이념이기도 하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사업에 몸을 사리고 있을 때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들었고, 메리츠증권은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우량한 딜 위주의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그 덕분에 지난해 사상 유례가 없는 증시 불황에도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기업금융(IB), 금융수지, 세일즈 앤 트레이딩(S&T)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양호한 수익을 냈다.

가장 높은 수익을 낸 부문은 기업금융(IB)으로 지난해 4558억 원의 순영업수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14.5% 감소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양질의 투자로 실적 선방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금융수지 순영업수익으로는 전년 대비 97.7% 급증한 4554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수지는 대출금, PR(환매조건부채권) 매수, 신용공여 등이 해당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꾸준한 해외 대체투자 관련 부실자산 매각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관련 부실채권을 매각, 4년 만에 성공적으로 자금을 회수했다. 관련 익스포져 규모는 108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T 부문에서는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포지션 관리 및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높은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위탁매매 부문에서는 수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위탁매매 순영업수익은 5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은 수익성 방어와 함께 유동성 위기 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도 철저했다. 지난해 4분기 메리츠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1684%로 전년 동기 대비 257%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4.1%에서 1.3%로 2.8%포인트 하락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PF 부실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1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풍부한 부동산 금융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2023년에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그룹 시너지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원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