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바일 뱅킹 강화에 따른 오프라인 지점 수요 감소로 매년 수 백여 곳 이상의 영업점을 인근 영업점과 통합하는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금감원장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이전과 같은 속도로 통·폐합을 지속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 "영업점 폐쇄 지속은 공공성 간과" 강조한 금융당국... 은행들 부글부글
금감원은 지난 6일 발표한 주요 업무 추진방향을 통해 은행 영업점 폐쇄 지속으로 서민과 고령층의 금융접근성을 제한하는 등 공공성을 간과하는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은행이 영리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으로서의 기본적 특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과점적 형태로 여수신 차익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고 있다"고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영업점 폐쇄 여부는 은행의 공공성과 사기업으로서의 이윤 추구가 부딪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각 은행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업점을 중심으로 인근 지점과 통·폐합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무분별한 영업점 통·폐합을 막기 위해 2년 전부터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도입했지만 은행 영업점은 매년 수백여 곳씩 사라지고 있다.
8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영업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891곳으로 전년 말 대비 188곳 사라졌다. 전체 은행으로 범위를 넓히면 같은 기간 6101곳에서 5858곳으로 243곳 감소했다.

각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공공성 언급을 두고 좌불안석이다. 최고 경영자(CEO)와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도 금융당국의 그립이 센 상황에서 은행 고유 영업에 대해서도 간섭이 지나치다는 불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오히려 노령층을 비롯한 디지털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모바일 접근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가 아닌가"라며 "점포 통·폐합 문제를 다시 거론하니 오히려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각 은행들도 올 들어 영업점 통·폐합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고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은행 점포 폐쇄 공동절차 내실화를 공언한 만큼 예년만큼은 줄이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신한은행은 한용구 전 은행장이 지난해 말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영업점 통·폐합 작업에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언급했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올해 이미 진행된 일부 영업점 통·폐합을 제외하면 상반기 중에는 추가 통·폐합이 예정된 점포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폐쇄 공동절차 이후에도 영업점 통·폐합이 많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통·폐합 후보 영업점을 선정할 당시부터 공공성을 반영해 대상 숫자를 최소화하고 있었다"면서 "현 기준에서는 상반기 중으로 추가 통·폐합 예정인 영업점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점 통·폐합 문제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존치와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폐점 등 양면성이 있는 내용"이라며 "공동절차 개선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고도화 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