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명시 철산동에 사는 유 모(남)씨는 지난 9월 국내 완성차 중 한 곳인 B사 차량을 구매하고 한 달 만에 엔진 하부에 녹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미션과 엔진 연결 부위가 녹슬고 부식된 상태였다. 유 씨가 업체에 무상 교환을 요구했으나 운행에는 지장이 없다며 부식된 부위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으로 수리가 끝났다. 유 씨는 “출고한 지 한 달 만에 차량에 부식이 발견됐는데 운행에는 지장이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업체 때문에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수천만 원을 들여 구매한 새 차에서 부식이 생기는 경우 소비자는 품질 문제를 제기하지만 제조사는 관리 소홀, 외부환경 등 이유로 보증을 거절해 현장에서 갈등이 잦다.
부식은 외관뿐 아니라 엔진 하부, 브레이크 등 주요 부품에도 발생해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부식 관련 명확한 보증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각 사가 별도로 보증기간을 정해두고 있으나 제조상 결함이 인정될 경우로만 한정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후드 △도어 △필러 △휀더 △테일게이트 등에 부식이 생긴 경우 품질보증기간을 5년으로 두고 있지만 외판 '관통 부식'으로 제한한다. 가령 표면이 부식된 경우 구멍이 날 정도까지 진행돼야 보증 적용이 가능해 외판이나 부품 표면에서 퍼지는 '일반 부식'의 경우는 사실상 구제 받기 어렵다.
완성차 업체들은 부식 원인이 품질 문제로 확인되면 각 사가 정한 보증기간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염화칼슘, 관리소홀, 외부환경 등 외부 요인으로 판단되면 보증 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10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현대차, 기아, 르노, KG모빌리티, 벤츠, 포르쉐, 포드, 볼보 등 8개 주요 완성차 업체를 조사한 결과 부식 보증기간은 포르쉐가 가장 길었다.
포르쉐는 일반부식과 관통부식 구분없이 부식 보증기간을 12년으로 가장 길게 적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르쉐 관계자는 “2011년 이후 판매된 차량은 부식 보증기간이 12년이다”며 “제조상 결함으로 판단될 경우에 한해 보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 ▲포드 ▲볼보는 일반부식과 관통부식 구분없이 '5년' 또는 '주행거리10만km' 선도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부식 유형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적용한다. 일반부식은 3년, 관통부식은 5년까지 보증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일반부식은 일반 부품 보증기간과 동일하고 관통부식의 경우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5년까지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벤츠는 일반 부식과 관통부식 모두 일반 부품 보증기간과 동일하다. 현대차는 '3년' 또는 '주행거리 6만km', 벤츠는 '3년' 또는 '10만km' 선도래 기준이다.
▲기아는 일반 부식의 경우 일반 부품 보증기간과 같다. 관통부식의 경우 7년으로 기준을 두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일반 부식은 차량의 차체와 일반 부품 보증기간이 적용되며 관통 부식의 경우 외관 부품 보증기간인 7년을 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부식 보증기간을 일반 부품 보증기간과 같거나 더 길게 적용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부식에 관해 보증 수리를 받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부식 원인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 중 홈페이지에 부식 보증 제외 항목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 곳은 현대차와 기아뿐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 사 홈페이지를 통해 △교통사고, 충돌, 외관 변경 등에 의한 부식 발생 △환경오염에 의한 부식 △차량 관리 소홀에 의한 부식 △외부 충격, 도장 손상에 의한 부식 △부적절한 코팅에 의한 부식 △각종 오일류, 광택제 등에 의한 부식 등을 보증 제외 항목으로 명확히 안내하고 있다.
이와 달리 대부분 제조사는 부식 관련 세부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염화칼슘, 세차 방식, 주차 환경 등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보증 수리를 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제조사 품질 문제로 인한 부식’임을 소비자가 입증해야하는 구조다. 제조 공정이나 도장 상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소비자들로선 그림의 떡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출고한 지 1년도 안된 차량에 부식이 발생하는 것은 제조사의 품질 문제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부식은 외관, 주요 부품 등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과 직결된 영역으로 보고 정부와 제조사가 일반부식까지 광범위하게 보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