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 50억 원이 넘는 증권사 12곳 가운데 키움증권만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키움을 제외한 모든 곳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36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이중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이 50억 원이 넘는 12개사가 3319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6% 줄었다.
신용융자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이자를 내고 주식 매수자금을 빌리는 대출 상품으로 흔히 '빚투(빚내서 투자)'를 할 때 이용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신용공여를 제공할 수 있으며 현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7~9%대에 형성돼 있다.

증권사 가운데 신용융자거래 이자 수익이 가장 많은 곳은 키움증권이었다. 키움증권은 지난 1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으로 588억 원을 벌었다. 전년 동기와 같다.
키움증권의 신용거래융자금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3조1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2조8748억 원 대비 5%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2조 원에서 19조 원으로 3조 원 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증가세다.
키움증권 측은 타사 대비 높은 리테일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1분기 기준 키움증권의 국내주식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19.8%에서 0.8%포인트 상승한 20.6%이고, 신용융자 점유율은 3월 기준 16.3%로 각각 업계 1위다.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나 신용 제공 여력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3월 말 3조8604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4조2278억 원으로 4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반면 키움증권을 제외한 11곳은 이자 수익이 일제히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554억 원으로 뒤를 이었고 삼성증권이 같은 기간 22% 감소한 545억 원, NH투자증권이 20% 줄어든 420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대신증권으로 지난해 1분기 10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65억 원으로 36% 감소했다.
지난해 3월 이후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되고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침체된 영향이다. 올 들어 증시반등으로 거래대금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예전만큼 '빚투' 열기가 뜨겁지는 않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큰 상황인데다 최근에는 SG증권 발 대규모 하한가 사태로 인해 투심이 다시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워낙 장이 안 좋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것 같다"라며 "전분기 대비 올해는 소폭 회복되기도 했으나, 지난해 초와 같은 분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원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