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대표 안동일)·동국제강(대표 최삼영) 등 주요 철근 제조 업체에서 철근 가격을 톤당 5000원 올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격 인상은 6월 1일부터 적용된다.
철강업계는 5월 들어 전기요금이 한 번 더 인상됨에 따라 이를 반영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한국전력(대표 이정복)은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을 1kWh당 13.1원 인상한 데 이어 5월에도 전기요금을 8.0원 인상한 바 있다.
철강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광석과 고철(철스크랩) 가격은 2분기 들어 하락하는 추세지만 철근·형강처럼 전기로 비중이 높은 제품의 경우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올해 1분기 전력비가 828억 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3.7% 증가했다. 현대제철도 1분기 전력비 및 연료비가 7.4% 늘어난 7013억 원에 달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에도 두 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원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백억 원 정도 원가가 상승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철강업계는 철근뿐만 아니라 H형강을 비롯한 형강 제품도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수요다. 철근과 H형강의 주요 고객인 건설업계가 불경기 속에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건설공사 수주실적은 47조55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 추세다.
이러한 건설 경기 침체 속에 철근, 형강 등의 수요도 줄어들면서 철강업체의 가격 협상력도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철근가격 인상 역시 당초 16일 출하분부터 전기요금 인상분을 반영하려 했으나 부진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6월 1일로 인상 시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철근, 형강 등의 제품에 대해 전기요금 상승분을 판매단가에 반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건설을 비롯해 철강 제품 수요가 높은 산업의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가격정책을 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