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업체인 테슬라가 도입해 생산시간 단축과 원가 절감에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진 기가캐스팅 도입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해 현대차가 이를 생산과정에 실제로 적용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관심을 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울산공장 일대에서 국내 완성차 공장 중 최초로 기가캐스팅 기술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이를 위해 울산 매암동 엔진공장 내 소재 품질확보동을 기존 1830㎡에서 향후 3580㎡로 확장하는 데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가캐스팅은 섀시 크기만큼의 주형에 용융한 금속을 부은 뒤에 압력을 가해 하나의 차체로 가공하는 공법을 뜻한다. 현재 테슬라가 6000~9000톤급 기가캐스팅 공법을 개발해 차량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기가캐스팅 공법은 기존 방식과 달리 단 한 번의 주조 공정만으로 차량 조립에 필요한 차체를 만들 수 있어 생산 원가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복잡한 용접 과정을 대폭 생략할 수 있어 생산 시간이 단축되며 차체 제작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기가캐스팅 공정에서는 초대형 금형 설비를 통해 단 한 번의 주조 공정으로 차체를 만들어낸다. [출처-IDRA]](/news/photo/202305/679723_257764_151.jpg)
전기차를 위한 신소재와 기가캐스팅 공법이 결합될 경우 차량의 경량화와 이를 통한 주행거리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기가캐스팅 기술 실증과 함께 전기차 기반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기반차량)를 위한 경량소재 개발에도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설비 투자가 얼마나 원활히 이뤄지는가다. 기가캐스팅을 위해서는 대형 금형장비가 필요한데 이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이탈리아 IDRA와 중국 LK 머시너리뿐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감과 함께 초대형 금형 장비 국산화 프로젝트인 '자이언트 프레스' 기술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가캐스팅 공정의 단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기술로 만들어진 일체형 섀시는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아 일부만 손상돼도 교환해야 할 부품 크기가 커지거나 수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모든 섀시가 균일한 강도로 제작될 경우 각 부품이 받는 충격과 강도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기가캐스팅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이며 추후 전기차 제작 과정에서의 장단점을 고려해 채택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엔진변속기 라인 축소에 대한 대책인 신소재 공장 유치를 협의 후 검토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가 최근 '반값 전기차'를 표방하며 다양한 원가 절감 공법을 도입함에 따라 현대차도 이에 맞춰 나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테슬라도 도입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현대차가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기가캐스팅을 원활히 도입하려면 많은 투자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