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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박혀 있는 카드인데도 분실하면 교통카드 충전금 업체가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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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박혀 있는 카드인데도 분실하면 교통카드 충전금 업체가 꿀꺽
충전액이 카드 실물 IC칩에 탑재되는 구조 탓
  • 송민규 기자 song_mg@csnews.co.kr
  • 승인 2023.06.23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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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충북 보은군에 사는 유 모(여)씨의 초등학생 자녀는 하나카드의 '아이부자카드'를 사용하다 잃어버려 티머니 충전액 4만 원을 날리고 말았다. 아이부자카드는 '무기명 선불카드'로 일정 금액을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교통카드를 쓰려면 티머니를 별도로 충전해야 한다. 유 씨는 “분실한 카드를 재발급 받으면 티머니 잔액도 이전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티머니에서 ‘실물 카드가 없으면 환불이나 이전이 어렵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2. 경북 구미에 사는 백 모(여)씨의 자녀는 이용금액을 충전해서 쓸 수 있는 티머니 선불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MG새마을금고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를 사용해 왔으나 분실했다. 카드를 재발급 받으며 티머니 측에 교통카드 충전 잔액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백 씨는 “티머니 교통카드 번호를 알고 있는데도 환불해 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례3. 경기도 수원에 사는 황 모(여)씨의 자녀도 '토스유스카드'를 쓰다 분실했는데 교통카드 잔액은 돌려받지 못했다. 이 카드는 '기명 선불카드'로 교통카드로도 쓰려면 티머니나 레일플러스를 통해 이용액을 미리 충전해야 한다. 황 씨의 자녀는 카드를 재발급 받았지만 교통카드 잔액 1만5000원은 찾지 못했다. 황 씨는 "카드를 신청할 때 분실 시 교통카드 잔액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고지 받지 못했다"며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통카드 이용액을 충전해 사용하는 선불·체크카드 분실 관련 소비자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분실하면 잔액이 남아 있어도 환불이나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형태의 선불·체크카드는 청소년들이 주 이용자인데 부주의로 잃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최근 청소년 자녀가 교통카드 이용액을 충전해 사용하는 선불·체크카드를 분실했는데 충전금을 돌려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티머니, 캐시비 등 충전식 교통카드는 잔액이 확인돼도 일단 분실하면 환불이 까다로워 소비자 원성을 사고 있는데 최근에는 카드사와 제휴한 카드에서도 문제가 불거지는 모습이다.

카드사가 발급하는 무기명 선불카드는 카드사 홈페이지에 정보를 등록하면 분실시 신고 시점 잔액으로 카드를 재발급 해준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들 카드에 충전한 티머니 잔액도 분실시 보전이 가능할거라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에 탑재된 선불교통카드는 교통카드 업체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보니 분실시 잔액 환불 등 카드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 티머니 제휴 체크카드나 선불카드에 티머니를 충전하면 충전액이 카드 실물 IC칩에 탑재되는 구조기 때문에 카드 분실 시 충전액 사용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티머니 측은 "분실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이 경우 환불이 안 된다"며 "만약 카드가 손상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실물카드를 보낼 시 잔액 환불이나 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가 다발하는 상황이나 현재로서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10조 1항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접근 매체의 분실이나 도난 등 통지를 받은 그 때부터 부정사용으로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단서 조항이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를 잃어버렸거나 도난당했을 때의 손해 중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금법 시행령 9조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황’으로 충전한 금액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이 미리 체결된 경우로 정했다.

즉 티머니나 캐시비, 레일플러스 각 사가 약관에 넣은 ‘교통카드를 분실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은 이용자의 부담’이라는 내용으로 면피가 가능한 셈이다.

앞서 5월 금융감독원도 이같은 문제가 자주 발생하자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교통카드 제휴카드는 카드 실물 분실 시 충전금의 환급 및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분실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당부다.

금감원은 “미성년 자녀가 사용하는 직불카드 등에 고액의 티머니를 충전할 경우 카드 실물의 분실·도난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2015년 한국스마트카드를 상대로 ‘분실 교통카드 잔액 환급 청구’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전금법 제10조 1항 단서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에는 기명식과 무기명식이 모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교통카드가 기명식이든 무기명식이든 실물카드가 없다면 잔액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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