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가 늘면서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20조 원에 육박하자 신용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자금을 증권사로부터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주식 가격의 상승 시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활용된다. 일정률의 보증금만을 지급하고 훨씬 많은 주식을 매수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 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은 지난 22일 신용거래융자 1~7일 구간 이자율을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영업점 계좌의 경우 기존 4.9%에서 5.9%로 1.0%포인트 인상되며 영업점 외 계좌에서는 5.5%에서 7.5%로 2.0%포인트 인상된다. 변경된 이자율은 8월 19일부터 적용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증하고 신용공여 한도 소진율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고객의 단기 레버리지 투자를 제한하고 한도 및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자 단기구간 이자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에는 키움증권(대표 엄주성)이 일부 종목군에서 신용융자 개인한도를 축소한다고 공지했다. 키움증권이 개인 신용융자 한도를 축소한 것은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개인한도는 종목 위험도에 따라 ‘A·B·C·D군’으로 나뉘는데 A·B군 대비 위험도가 높은 C군의 종목별 개인한도가 1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는 7월 26일부터 시행된다.
계좌한도 축소를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으로 일부 종목별 신용융자 개인한도를 변경했다는 것이 키움증권 측의 설명이다.
이는 상반기 들어 증권업계에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하하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이 3월부터 6월까지 신용융자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7일물 이자율 0% 혜택을 제공한 데 이어 한화투자증권(대표 한두희)·BNK투자증권(대표 신명호)·DB금융투자(대표 곽봉석) 등도 신용대출 금리할인 이벤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부채를 지고 주식에 뛰어드는 '빚투' 투자자가 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빠르게 증가하는 등의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다.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고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이 증가 추세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2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19조9653억 원으로 연초 대비 13.8% 늘었다. 유가증권은 23.0% 증가한 11조913억 원, 코스닥은 4.2% 증가한 8조8740억 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 소진율이 높아지는 것 역시 부담 중 하나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된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을 시작으로 다른 증권사들 역시 신용거래융자 제한에 들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형 증권사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 다른 증권사들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대선을 비롯한 여러 변수로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심해짐에 따라 '빚투'로 인한 신용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라며 "다른 증권사들 역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융자 한도를 줄이고 증거금률을 조정하는 등의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