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은 지난 9일 한국도박예방치유원과 함께 청소년 불법도박 예방·치유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 선포식을 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청소년 불법도박에 대한 대응 문제를 이제는 정부와 민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하나금융그룹의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프로젝트는 하나금융이 처음부터 전체 사업을 기획하고 총괄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사회공헌 사업에서 기업들이 단순히 후원금을 내는 역할에 그치고 실제 사업은 실무 기관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사업은 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 모델이기 때문이다.
◆ 하나금융이 기획부터 총괄까지... 이복현 원장 토크콘서트 참여로 힘 실어줘
청소년 불법도박 문제는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도박중독 진료자는 167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었던 2019년 93명 대비 79.6% 증가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도박 관련 사범으로 검거되는 청소년 수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12명이었던 도박 사범 검거 청소년은 이듬해 37명으로 3배 이상 폭증했는데 도박을 원인으로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신고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지난해 11월 법무부에서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범정부 대응팀'을 꾸리고 공식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로도 공론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 가상계좌와 인터넷전문은행 모임통장이 청소년 불법도박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금감원도 지난 3월부터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선포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것은 물론, 이후에 진행된 토크 콘서트에도 직접 나서서 청소년 불법도박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등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토크콘서트에서 이 원장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두 자녀가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환경에서 사행성 콘텐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두 자녀가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가운데 사행성이 강한 게임 콘텐츠의 접근성도 높다보니 가끔 스마트폰으로 뭘 하는지 보곤 한다"면서 "최근 청소년 불법도박 문제를 심각하게 깨닫고 공직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불법 도박을 접한 청소년들이 처벌을 두려워해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단순 도박 참여로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도박 빚으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률 관계가 복잡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돈은 갚지 않아도 되고 성인은 1년 이자율 20%를 넘어가는 금액은 갚을 의무가 없다"면서 "도박빚을 갚으라며 강요 또는 협박하는 세력들을 경찰이나 금감원에 신고하면 채무관계를 정리해드릴테니 걱정하지 말고 커밍아웃하고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이 원장이 청소년 도박문제에 있어 근절과 더불어 보고 있는 영역은 금융교육이다. 금감원 1사1교 금융교육 등 금융교육 콘텐츠는 과거보다 발전하고 있지만 복잡한 금융환경에 따라 어린 나이부터 불법사금융 등 금융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는 "불법도박 근절도 중요하지만 도박이 아니더라도 쉽게 채무를 지고 고통받고 불법사금융으로 연결되는 등 어렸을 때부터 금융에 대한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점이 정책과제"라며 "긍정적 의미의 자산형성 및 관리 뿐만 아니라 교육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청소년을 돕는 문제를 정부와 민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고 밝혔다.
◆ 청소년 불법도박 척결에 3년 간 100억... 함영주 회장 "통합적 접근 필요"
하나금융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향후 3년 간 약 100억 원 규모로 청소년 불법도박 예방과 치유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전체 사업을 기획·총괄하고 불법도박 예방교육과 문화콘텐츠사업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추진한다. 여기에 금감원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경찰청, 서울교육청 등이 측면지원을 하게 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 날 행사에서 "학생이 무슨 도박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청소년 불법 도박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생활 깊숙하게 침투했고 여기서 발생하는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불법도박으로부터 청소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방과 홍보, 치유 등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프로젝트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예방교육 사업 측면에서 하나금융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공동으로 청소년 불법도박 예방 및 치유를 위한 문화·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배포할 예정이다.
청소년 도박문제를 주제로 한 뮤지컬, 영화, 웹툰, 웹드라마 등을 제작해 배포하고 청소년 및 교사·학부모 교육을 위한 콘텐츠 제작과 예방강사를 통한 교육이 포함됐다. 특히 전문상담기관을 활용해 3년 간 약 1500명에게 도박문제 상담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대국민 홍보 활동을 위해 지면광고와 TV광고, SNS채널, 옥외광고 및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영업점 TV 송출도 계획하고 있다. 청소년 불법도박 근절에 대한 국민참여 유도를 위해 사회적 메시지와 같은 공익 캠페인과 홍보물을 지속 알린다는 계획이다.
함 회장은 "3년 간 초·중·고교 학생의 눈높이에서 찾아가는 예방교육, 온·오프라인 도박근절 캠페인, 치유를 위한 심리상담 지원 등 진정성 있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청소년 불법도박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불법도박으로 일상의 행복을 잃어버린 청소년들이 웃음을 되찾도록 하나금융그룹이 앞장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