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만 마리 넘는 새가 투명벽에 충돌해 목숨을 잃고 있어요. 벽에 점자 스티커를 붙이는 것 만으로도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충북 진천군 성석리 일대 도로변. 한낮의 땡볕 아래 롯데글로벌로지스 임직원들과 협력단체 직원, 지역 주민들이 투명벽에 점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100m에 달하는 구간이지만 새들을 보호하겠단 마음들이 모여 투명벽은 금새 흰 스티커로 가득 채워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간 연 평균 1만337마리 야생조류가 도로변 투명 유리창에 부딪쳐 폐사했다. 실제 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들은 투명 유리벽을 구조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유리벽에 반사된 자기 모습을 적으로 여겨 공격하려다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충돌사고를 당하는 조류는 멧비둘기와 직박구리, 그리고 참새 등 다양하다.
투명 유리벽에 무늬가 삽입된 테이프를 부착하면 조류의 충돌 횟수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새는 높이와 폭이 각각 5㎝와 10㎝ 미만인 공간은 지나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부터 사단법인 ‘조류충돌방지협회’와 함께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충북 진천군 성석리 일대의 도로변 투명 방음벽 100m 구간에 점자형 스티커를 설치했고 이달에는 경기도 이천시 회억리 일대 투명 방음벽 60m 구간에 스티커를 부착했다. 업체는 스티커 부착 활동을 통해 조류 충돌을 약 9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도 동일하게 상·하반기 나눠 전개할 계획이다.
택배회사가 야생조류 보호 활동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일까.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주요 물류센터가 위치한 이천과 진천 지역에서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을 모색하던 중 투명 방음벽에 충돌하는 조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단법인 조류충돌방지협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곤 있었지만 자체 예산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에 활동 전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상황도 접하게 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활동에 필요한 진행비를 모두 부담하며 봉사 지원에도 나섰다. 20~30여명의 임직원도 시간을 쪼개 활동에 참여했다. 조류충돌이 다수 발생하는 지역 두 곳에서 스티커 부착 활동을 펼칠 수 있었고 홍보 활동을 통해 협회 역시 외부 문의 및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봉사에 참여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직원은 “스티커를 부착하는 작은 행동이 야생조류들의 생명을 지키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에 봉사자로서 자긍심이 생긴다“라면서 "근무하는 물류센터 인근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에서 환경을 위한 봉사활동이 펼쳐졌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생태계 보호와 환경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ESG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