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08’ 전시장에 있는 모토롤라의 부스. 참관한 이들은 하나같이 ‘실망스럽다’는 평을 쏟아낸다.
현지 방송 뉴스에서는 각 업체의 주요 신제품을 비추기 바빴지만 모토롤라 제품은 한 컷도 나오지 않았다. 모토롤라는 이미 잊혀진 존재란 말이 실감날 정도다. 이쯤되면 ‘굴욕’이다. 이는 모토롤라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토롤라는 한때 휴대전화의 ‘종가(宗家)’로 군림했다. 1990년대 초반 일명 ‘벽돌폰’과 ‘스타택’ 등 히트 모델을 앞세워 모바일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10여년 동안 지켜온 2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휴대전화 부문의 분사 및 매각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아질 기미조차 안 보인다는 뼈아픈 지적마저 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PC란 용어를 만들며 개인컴퓨터시장을 연 IBM이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끝내 PC사업을 매각한 전례와 흡사하다.
MWC에 참여한 주요 업체 CEO는 향후 모토롤라의 진로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어느 나라 업체에 매각될지, 아니면 이대로 간다면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한편에서는 모토롤라가 주는 교훈을 곱씹는다.
모토롤라의 몰락은 유럽의 강자 노키아와 삼성ㆍLG 등 신흥 강자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면서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 2005년 대박을 터뜨린 ‘레이저’ 시리즈 이후 가진 자만심이 주된 패인이다. 그동안 모토롤라의 신제품은 레이저를 답습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결과는 소비자의 외면. 빛바랜 영광에 안주한 채 시장 흐름을 쫓아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휴대전화 시장은 부침이 심한 격전장이다. 구글, 애플 등 새로운 사업자도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최강자 노키아는 이번 전시회에서 콘텐츠 서비스 업체로 과감하게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포화단계에 다다른 단말기 경쟁에서 벗어나 새롭게 떠오른 승부처에서 다음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앞만 쳐다보며 ‘잘 나가는’ 우리 업체도 ‘아차’하는 순간 모토롤라와 같은 처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콘텐츠 사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정한 시장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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