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천 200여개의 이동통신, 휴대전화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인터넷 업체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휴대전화가 곧 인터넷인 통신 업계의 변화을 뚜렷하게 보여줬다는 게 안팎의 평이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이메일을 열어보고 PC처럼 자유롭게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모바일 인터넷이 IT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기존 PC 웹 체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 밀려 소외됐던 리눅스도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삼성전자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행사 중 열린 간담회에서 "삼성은 독자 플랫폼보다 리모(Limo) 공동체를 통한 개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는 휴대전화에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을 싣기 위해 지난해 1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 NEC, NTT도코모, 파나소닉, 보다폰 등 국내외 18개 기업이 함께 만든 협의체다.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휴대전화의 운영체제(OS)는 노키아, 소니 에릭슨, 지멘스 등 유럽의 이동통신, 장비 업체들이 MS에 맞서 만든 심비안이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를 MS의 윈도 모바일과 리눅스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이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한 개방형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이번 MWC 2008에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품을 양산하기에 앞서 시제품을 선보여 관심을 집중시켰다.
세계 2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리눅스 운영 체제를 갖춘 SGH-i800을 내놓고, 내년 초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이른바 '구글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 이동통신업체인 오렌지도 삼성전자 등과 제휴해 완전 개방형인 리눅스 기반의 휴대전화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 리모 회원사들이 리눅스 기반의 시제품 18개를 선보였다.
심비안과 윈도 모바일은 유료 OS인 반면 리눅스는 무료여서 휴대전화 가격을 낮추려는 제조업체들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심비안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MS의 윈도 모바일은 PC와 유사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는 강점을 갖고 있어 리눅스 진영의 시장 확대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대부분 퀄컴의 렉스(REX)라는 운영체제를 쓰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은 조심스럽게 리눅스 진영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KTF는 지난해 8월 리모에 준회원으로 가입했고, 독자 플래폼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도 올 1분기 안에 리모 가입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KTF는 "범용 OS 바탕의 다양한 서비스가 탑재된 휴대전화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PC와 유사한환경을 갖춘 휴대전화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표준화 경쟁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휴대전화 운영 체제가 어느 쪽이 대세가 될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리모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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