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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 “누구나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배달의민족 ‘쉬운 배달앱 사용법’으로 디지털 장벽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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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 “누구나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배달의민족 ‘쉬운 배달앱 사용법’으로 디지털 장벽 제거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5.12.11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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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은 소비자를 소중히 하는 경영,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도모하는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소비자를 위해 세심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게 실천하려는 노력을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배달앱 이용이 일상의 기본처럼 된 시대이지만 그 일상이 모두에게 똑같은 것은 아니다. 화면 속 버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순서로 눌러야 하는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배달앱은 편리함이 아닌 ‘두려움’이자 ‘장벽’이다.

2021년 여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하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이 발달장애인과 가족, 관련 기관 실무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상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사용이 어려운 정보 1위가 바로 배달앱 사용법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배민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누구나 앱을 열고 메뉴를 골라 주문을 완료하기까지의 과정을 더 쉽고 직관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정보 접근성의 기준을 높이는 일은 배달의민족이 꾸준히 고민해온 주제이기도 했다.

그렇게 양측의 문제의식이 맞닿으면서 배민은 ‘쉬운 배달앱 사용법’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기술보다 사용자를 먼저 바라보는 접근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의 이용 문턱을 낮추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쉬운 배달앱 사용법’은 장애로 배달앱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 고령층,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배달앱을 이해하고 스스로 주문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다.
 

▲배민 ‘쉬운 배달앱 사용법’ 발췌 화면.
▲배민 ‘쉬운 배달앱 사용법’ 발췌 화면.

앱 설치부터 회원가입, 주문·결제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씩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이 어려워하는 전문 용어대신 쉬운 표현을 사용했다. 단계별 요소들을 ‘쉬운 정보’ 기준에 맞춰 풀어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글자 크기, 줄 간격, 색상 대비 등 가독성 요소를 세심히 조정해 학습이 아닌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과정’을 목표로 설계했다. 모든 단어를 일상 언어로 바꾸고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차는 한 줄씩 끊어 읽는 방식, 큰 글자와 명확한 색 대비, 넓은 줄간격 등 접근성을 고려한 UI 형태로 정리됐다.

실제 주문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은 삽화를 활용해 그림책을 보듯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배민은 ‘쉬운 배달앱 사용법’ 안내서를 단순 제작으로 끝내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 닿을 수 있도록 전국 복지관, 학교, 병원 등에 직접 배포했다.

2021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국 870여 개 기관에 약 1만8500부가 무료로 전달됐고 웹사이트 안내서는 방문자 3만8000명, 조회수 5만3000회, PDF 다운로드 355건을 기록했다.

프로젝트는 안내서 제공에서 더 나아가 실제 사용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도 확장됐다.

배민은 2024년 한 해 동안 총 200회 가량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했으며 1500여 명이 참여했다. 스마트폰이 낯선 고령층부터 발달장애인, 재활 치료 중인 환자까지 요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교육을 열었다.

일부 교육에서는 배민 앱으로 직접 메뉴를 고르고 주문해보는 실습도 진행된다. 단순히 사용법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주문을 완수해보는 ‘실질적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배민 주문 가상 체험 기능 시현 화면.
▲배민 주문 가상 체험 기능 시현 화면.

올해부터는 실제 주문 없이 앱 사용을 연습할 수 있는 웹 기반 ‘가상 체험 기능’도 도입됐다.

버튼을 눌러보고 화면을 넘겨보고 결제 과정까지 따라가 볼 수 있는 기능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 시 흔히 느끼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장치다. 연습을 원하는 만큼 반복할 수 있어 스스로 익힐 수 있는 길을 넓힌 셈이다.

현장의 반응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 장애인복지관 담당자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스스로 주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고 배달앱을 몰라 끼니를 라면으로 해결하던 독거 어르신은 “이 설명서는 나에게 꼭 필요했다”고 전했다. 병원 재활치료사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교육할 때 매우 유용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접근성 개선이 일상 속에서 선택권과 자립감, 그리고 사회적 연결감을 회복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배민의 ‘쉬운 앱 사용법’ 설명서는 단순 매뉴얼 제작을 넘어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기업의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배달앱은 이제 고령층,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용자에게 열려있는 도구가 됐고 배민은 누구나 스스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게 됐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음식을 고르고 주문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찾다가 ‘쉬운 배달앱 사용법’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스마트폰이 낯선 어르신부터 장애로 인해 배달앱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용자까지 쉽게 배달앱을 사용하고 싶은 요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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